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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우리 아들 군대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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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늦은 나이에 아들 하나를 얻었다. 씩씩하게 잘 키워보려 해도 마음만큼 따라주진 않았다. 체격도 왜소하고 내향적이고 사교성도 없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상처를 입고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 세월이 흘러 영장이 나왔다. 신체적인 하자가 없으니 현역이다. 정신질환이 있는 애가, 무기를 다루는 곳에서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 물었더니 아슬아슬 경계지만 정신분열증같이 확실한 증상은 없으니 현역으로 가야 한단다. 대체복무는 없어도, 이런 아이들은 특별히 분류해 관심으로 보살펴준다 하는데. 날짜는 다가오고 피할 방법은 없고. 울며불며 등 떠밀어 아들을 보냈다. 적응이 힘든지 휴가 때 보는 아들은 야위어만 갔다. 하지만 ‘조금만 참자. 곧 끝난다’란 말만 해줄밖에.

 지난 4월 말 휴가 나온 아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우울해 보였다. ‘잘 견뎠다. 100일 남았다’. 달래서 애를 돌려보냈건만 얼마 후 사건이 터졌다. ‘엄청난 벌을 받을 아들과는 별개로 난 국가를 상대로 고소하려 합니다. 속인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 말도 했고, 대체할 다른 일을 달라고 그렇게 사정했건만, 그런 애들을 특별 분류해 관심 갖겠다고 데려가 놓고선 결국 우리 애를 끔찍한 살인자로 만든 국가는. 어디 변명 좀 해보시오’.

 ‘멀쩡히 학교 잘 다니는 애를 데리고 가서 시체로 돌려보낸 국가는 뭐한 겁니까. 적군의 총도 아니고, 동료의 총에 맞아 죽게 방치한 국가는. 책임지시오’.

 이건… 아들 가진 부모 입장을 한번 상상해서 써본 글이다.

 군대도 할 말은 많겠다. 줄어드는 인구로 모집되는 인원은 줄고. 부모 품에서 나약하게 자란 아이들이 많아 다루긴 힘들고. 정신적인 문제로 적응이 힘든 아이들이나, 그들이 못하는 일까지 대신해가며 또 관심까지 가져야 하는 아이들이나. 그 사이에 왕따가 없도록 관리해야 하는 군 당국이나. 모조리 죽을 맛일 게다.

 모집 방법을 바꿔보면 어떨까. 모병제를 도입하거나 여성도 군 복무를 시키거나. 모병제의 단점이 돈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몸으로 때우게 하는 것이라지만, 지금도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을 C급 관심병사로 분류해 차별하긴 마찬가지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시설 투자 잘하고 월급 많다면야 노는 청년들 많은데 든든한 직장이 될 가능성도?

 양궁에서 사격까지, 세계 최고 실력자인 우리 여자들. 군대 가서 뭐는 못할까.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까지 만들어낼지 그 누가 알겠는가. 지금 이대로는 모두가 불행하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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