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14돌 특별기획 전국생활의식조사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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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는 직종·학력·연령·성별·소득수준에 따른 각 계층간에 큰 차이가 없는 안정형으로 나타났다.
본사가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의 심층교차분석에 따르면 우리 시회구성원간의 의식상대는 소득계층간의 의견 차이가 기껏해야 20% (반응도 단순 대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40만∼50만원을 상류층, 20만∼25만원을 중류층, 5만∼10만원을 하류층이라고 단순 비교할 때 특정의견에 대한 반응이 상·중·하간에 별로 차이가 없으며, 특히 계층 간의 갈등이 있을 소지가 큰 문제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리사회의 밝은 면을 지지한다면 경제발전이다」라는 항목에 있어 하류층이 41.7%의 호의적 반응을 보인데 비해 중류층이 35.5%, 상류중이 33.7%로 의견차이는 8.0%의 소폭에 지나지 않다.
또 「훌륭한 나라로 성장하려면 빈부의 격차해소에 역점을 두어야한다」는 항목에 대하여는 하류중이 25.4%, 중류층이 19.7%의 반응을 보인데 비해 상류층은 22.1%를 나타내 그 폭은 5.7%로 줄어든다.
한가지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사치와 방종」 이라고 지적하는데 대해 하류층 3.7%, 중류층 25.8%의 반응을 보였음에도 상류층은 9.3%에 지나지 않아 21.4%의 의견차이를 보인다. 이는 부유층이「사치와 방종」에 대해 스스로 무감각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자아낸다.
75년에 실시한 의식조사에선 세대간의 의식차가, 또 77년에는 남녀간의 의식차가 매우 적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사회안정도를 측정하는데 주요 지표가 되는 세대별·남녀별·계층별 의식차에 모두 「문제는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80년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0대와 50대의 세대의식을 비교해보면 흥미있는 점을 발견한다. 세대간의 의식차이는 고르게 20%이내의 좁은 간격을 보이고 있음에도 몇 가지 문제에서는 두드러진 견해차를 보이는 것도 있다.
「노후에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 좋다」는 항목에서 20대(20∼29세)는 24.6%, 50대(50∼59세)는 43.8%로 반응을 보여 21.3%의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핵가족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장·노년층은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양극현상의 반영으로 세대간의「갭」을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 교사(교육자)를 신뢰하는 정도에 있어서도 세대간의 의식차는 적지 않다. 「교사를 어느 정도 신용한다」는 응답은 50대가 29.4%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20대(50.0%)에 비해 교육자를 불신하는 정도가 훨씬 크다.
남녀간의 두드러진 의견차이는 TV 「채널」권의 갈등에서 잘 나타난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스포츠」를 본다는 쪽이 남자 56.3%, 여자 24.2%의 심한 격자를 보이고 있는 것. 오히려 여자들은 「드라마」에 63.4%라는 높은 반응을 나타내 남자(38.3%)에 비겨 연속극 쪽을 훨씬 좋아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는 신문기사의 정치면을 읽는데 남녀간의 20%의 「갭」을 보일 뿐 별로 큰 차이는 없다.
학력에 따른 의식차도 크지는 않다. 총 45개의 설문중 국졸과 대졸의 견해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교사에 대한 신뢰」「신문에서 체육기사를 주로 본다」「세상소문을 가끔 듣는다」「해외관광은 북미로 가겠다」정도.
이중 대졸의 고학력자가 보도되지 않는 세상소문에 더 밝다든지 국졸쪽이 북미여행을 더 원한다고 하는 사실은 견문에 있어서의 시야의 폭을 반영하는 듯 하다.
직종별 조사에 있어 상공·「서비스」업과 농·어업간의 의식격차는「가계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문항에 농어업(49.5%), 상공·「서비스」업(28.3%)의 대조적인 반응과 「신문사회면」의 선호가 상공·「서비스」업(53.8%)이 농·어업(33.8%)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서 나타날 뿐이다.
대학생과 다른 직종의 경우는 총45개 설문중 10개 이상이 20% 이상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을 끈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에 「사치방종」을 들고있는 사람을 직급별로 보면 농·어업(31.2%), 상공·「서비스」업 (23.6%), 대학생(9.7%)으로 나타나 있다.
시대상의 변화에 마라 농·어업종사자와 대학생간의 의식차가 벌어져 있음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그러나 대학생을 직종의 하나로 잡을 수 있는가 하는데는 이론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80년대에 가서도 사회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국민 각계층 사이의 간격을 더욱 좁히는데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써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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