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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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연대의 재정운용을 어떻게 쇄신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새해예산안은 시준하는 바가 거의 없다.
오히려 재정기능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몇 가지 경직화 요소가 전례없이 부각되고 있음은 우려할 만한 변화다.
이는 물론 예산편성의 기술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출구성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 국방비부담이나 사회보장비를 주축으로한 사회개발 지출수요의 누적은 재정운용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커다란 제동으로 현재화하고 있다.
이런 저조적 제약은 소망스러운 재정의 신축성을 압박하고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따라서 80년대의 재정방향은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을 어떻게 소화하면서 건전재정의 기초를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때문에 재정계획은 당년의 계판과 집행에 만족하기 보다는 항상 동태적인 수출입구성의 전환과 유도를 감안한 중기계획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총 규모에서 올해 보다 29%나 늘어난 새해예산안을 긴축재정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국방비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적어도 예년의 대가율을 밑돌고 있어 긴축적이다.
그러나 수출구성의 급격한 변화로 재정지출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짐으로써 규모증가에 못지 않는「인플레」촉진효과를 안고 있다.
특히 수출구성비가 19%로 크게 위축된 경제개발비는 9%성장과 기존의 중화학투자유지를 전제로 한다면 거지 않은 문제를 파급시킬 수 있다.
중화학계획추진에 소요될 방대한 자금수요를 더 이상 재정에서 추가부담하지 않을 경우결국 민간으로 남겨지고 이는 곧 금융의 주름으로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개발지출의 억제가 민간·금융의 압박으로 전가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투자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는 총 예산규모증가율 29%가 올해「인플레」예상을 25%를 고려할 때 번축적이며 국방비와 지방재정비를 제외한 모든 비목이 올 해 「인플레」율을 밑돌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추갱의 불편성을 전제로 할 때만 유의하다. 재정긴축의 유핵성은 추갱의 배제로써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수지의 악화 추세나 유가의 불안정, 이로 인한「인플레」과 실업율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내년 예산안의 기본전제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 같은 내외 경제여건은 필연적으로 재정계획 자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다. 이는 곧예상외로 빠른 시일 안에 추갱을 강요당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년 예산율 다루는 자세는 우선 기본전제로 채택한 각종 경제지표의 신뢰도부터 엄밀히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주어진 성장율을 보장할 만큼 투자가 가능할 것인가, 투자재원은「인플레」없이 조달될수 있는가, 환율의 절차없이 국제수지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인플레」율 12%는 통화계획이나 총수요정책과 조화된 것인가 등등의 기본문제들이 확답을 얻어야한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될 경기후퇴와 물가상승, 무역적자확대전망 등이 내년 예산편성에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되었는지 지금으로서는 분명치 않다.
어차피 경제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추갱을 전제로 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는 한 새해 예산의 기본전제는 더 면밀히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입면에서는 직세의 감소와 간접세비중의 현저한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런 현상은 「인플레」하의 소득보장이라는 단기 목표때문에 보다 기본적인 조세정책방향이 왜곡되고 있는 한 단면이다.
문접세비중을 계속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인지, 또는 경기후퇴에도 불구하고 30% 가까운 내국세 증수가 어떤 파급을 가져올 것인지를 신중히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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