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의존 저가수출엔 한계|일-이스라엘은 개발에 성공했을 때만 지수자금 상환|첨단기술 다변도입이 선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원보유국들의 자원무기화에 선진상업국들이 기술무기화로 대항할 우려가 NICS 여러나라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싱가포르」는 이런 사태에 대비, 산업고도화 기술집약화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무「가이도·라인」을 대폭 늘리는 충격적 방법까지 동원하고있다.
국내전문가들도 벌써부터 금후10년 이내에「오일·쇼크」에 못지않은 과학기술 「쇼크」 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의 수출상품구조는 63%가 노동집약적인 것이고 기술집약상품은 26%에 불과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수출상품 구조가 노동집약상품 20%, 기술집약상품 53%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낙후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어느 섬유회사의 일인고문은 『한국의 섬유산업이 일본에 10년은 떨어져 있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값싼 제품의 수출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중동건설진출도 웬만한 토목공사는 현지인들이 해낼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플랜트」건설 등 고급기술이 없으면 발 불이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기술혁신이 절박한 과제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태세는 너무 허술하다.
75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개발투자액은 정부·민간을 합해 겨우 4백92억원이었다. 이것이78년에는 1천9백억원으로 늘었지만 GNP의 0.9%에도 미달되는 수준이다.
그 중 정부투자분은 1천10억원으로 이해의 국가총예산의 1.7% 수준이다.
우리처럼 민간기업의 여력이 없는 나라에서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의 개발에 성공하려면 정부가 좀더 관심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영국「프랑스」가 공동개발한「콩코드」여객기는 양국 정부주도하에 이루어 졌고 「프랑스」는 「미라지」전투기 개발에 개발비의 80%를 정부가 부담했다.
일본의 광공업기술연구조합이 초집도회로(LSE)를 개발하는데 3억5천만「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그 중 50%를 정부가 부담해주고 있다.
올 들어 8월말까지 수출지원금을 지원액이 1조1천4백53억원에 달한 데 비해 기술개발을 위한 금융지원은 0.6%인 70억원뿐이다.
기술개발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면 실패할 경우의 위험부담이 마른다.
일본「이스라엘」같은 나라는 지원자금을 개발이 성공했을 때만 상환토록 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이 안심하고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이게 하려면 우리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기술개발의 가장 바람직한 주체는 직접 이를 상품화할 기업자신이어야 한다. 정부도 이 같은 관점에서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금 5억원 이상의 국내기업 중 독자적인 연구소를 가진 업체는 12%에 불과하다.
그나마 연구시설이 낡고 인적자원이 없어 제 구실을 하는 곳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특히 연구원의 부족은 심각해서 일본이 인구1천명에 대해 2.3명, 미국이 2.5명, 소련이 3.6명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는 0.3명 수준이다.
1인당 연구비가 일본만 해도 연3만4천5백 「달러」, 미국이 5만8천2백「달러」, 서독은 7만4천8백「달러」에 달하는데 우리는 l만7천4백「달러」수준이라는 것이 연구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진국들이 기술수출에 인색해질 기미가 있는 현시점에서는 우선 최첨단의 기술을 가능한대로 많이 들여다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 기술도입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낡은 기술에 편중됐던 점을 감안, 기술도입에도 대상의 다변화가 이루어져야겠다.
여기에도 애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도입은 일반상품과 달라서 이른바 「연줄」이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좋은 기술을 들여오고 싶어도 대화의 창구가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한다.
일본이 명치유신이후 많은 인력을 외국에 보내 선진기술과 접할 수 있는 길을 트고 지금도 많은 인력을 외국연구기관에 보내 박사학위를 서두르지 않고 인문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경우 늦은 감이 있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선진국의 견제와 후진국의 도전을 한꺼번에 물리칠 수 있는 탈출구가 기술개발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