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소비풍조|고급술집엔 자가용차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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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풍조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긴축재정에 따른 시중의 자금압박과「오일·쇼크」등을 겪으면서 근검·절약의 생활풍조가 뿌리를 내리는 듯 하더니 최근 고급유흥업소와 「패션」가에서 또다시 사치와·낭비의 경향이 나타나고 뜸했던 부동산 투기「붐」이 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업계와 시중의 자금사정이 호전된 데다 가을철의 경기회복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낭비병폐가 되살아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도 소비절약정신이 전체 국민들 사이에 생활화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사회학자들은 진단했다.

<살롱 가>
l백여 개의 안방 식 고급「살롱」이 몰려 흥청거리던 서울 한남동·이태원동 일대는 작년연말부터 몰아닥친 긴축과 소비절약바람으로 50여 개소가 문을 닫았으나 8월 중순부터 휴업 계를 냈던 20여 개 업소들이 다시 문을 열어 저녁시간이면 이일대 차도의 양쪽에 승용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방6개를 가진 이태원동 K「살롱」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세금을 못 낼 만큼 장사가 안됐으나 8월 들어 평균 3∼4개의 방에 손님이 찬다. 그 동안 불경기로 10여명으로 줄였던「호스티스」도 다시 20여명으로 늘렸다.
이곳「살롱」가의 복덕방대성사주인 최상룡씨(58)는『한때는 너도나도「살롱」을 팔겠다고 찾아왔으나 요즘은 팔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또 M「살롱」주인 L씨는 8개의 방중 4개를 개조, 낮에는 경양식을 해볼 경기를 이겨 왔다며 8월 들어 손님이 늘어나 다시「룸」으로 고쳤다고 했다.

<고급음식점>
서울 소공동 L「호텔」「뷔페」의 경우 8월초까지 하루평균 1백여 명 정도 찾아 들던 손님이 요즘은 20%쯤 늘어났다. 늘어난 손님은 대부분 내국인이며 한산하기만 하던 별실도 각 직장과 가정에서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S「호텔」도 주간에 예약을 안하고 갔다가는 1시간이상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리고 있으며 6개 연회장도 2∼3일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항상 만원이다.

<명동「패션」가>
상점마다 「쇼·윈도」를 덮었던「바겐세일」선전문이 자취를 감췄다.
기성복점인 L양장점 주인 K씨는 8월 들어 서서히 경기가 회복돼 그 동안「아이·쇼핑」 손님 2백여 명에 하루 매상 10여벌 정도이던 것이 「아이·쇼핑」객 7백여 명에 40∼50벌로 매상이 4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
신형주택과「아파트」의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 화곡동·개봉동·불광동 등지에서 2천만∼3천만원대의 소형주택이 활발히 매매되고 있다.
서울 개봉동 대영 부동산 윤명환씨(64)는『지난 5개월간 전혀 매매가 안되던 주택이 요즘 하루 한 두건 매매가 된다』며 사채시장의 자금이 조금씩 흘러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투기성 자금이라 기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서울 서초동·도곡동·여의도 등지에도 30평 이하의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도곡동 산1의21 세진 부동산(주인 김경식·35)에는 지난 5개월간 발걸음도 안 하던 「아파트」원매 자들이 하루 10여명씩 찾아온다.
거래도 하루2∼3건씩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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