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의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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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설보다도 더 기이한 인간「드라머」가 툭하면 일어난다. 때론 007영화보다도 더 엉뚱하고때로는 또 25시의 주인공만큼이나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게 현대인가 보다.
지난75년11월「발트」해를 항해증이던 소련의 구축함「스트로제보이」호 승무원들이 「스웨덴에 집단망명하러 했었다.
그들은 함장을 비롯한망명반대파를 선실에 가둬놓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그러나 갇힌 쪽이 자동SOS발신기를 작동하여,이를 받은 사령부에서 앞질러「스웨덴」근해에 폭격기며 잠수함을 보내어 반난을 눌렀다. 이때 50명이 죽고, 나머지 반난병들은 모두 체포되고 말았다.
이밖에도 같은 성격의 대규모 사건들이 소련에는 많다. 원자력잠수함속에서도일어난 적이 있다.
자유는 자유가 뭣인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게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소련 해군에서 망명사건이 심심챦게 일어나는 것은 수병들이 자유로운 나라들을 방문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소련의 예술가들이 외국,특히미국에서 친선공연중 망명하는 일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라할만도하다.「피아니스트」「아슈케나지」,무용가「누례예프」「바카로바」「바리시니코프」,「체스」의「코루치노이」,「첼리스트」의「로스트로포비치」와 그 부인…·며칠전에는 또「링컨·센터」에서공연중이던 「볼쇼이·발레」단에서「고두느프」가 망명했다.
『예술생활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뛰고싶다』는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 부인은「케네디」공항에서 8명의 소련인호위를 받아가며「모스크바」행소련여객기에 올라타고 있었다.
미국정부는 즉각 동기의 이륙을 금지시켰다.부인이 어디까지 자의에 의해 혼자 귀국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크리스터퍼」미국무차관은『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라고 밝히고,그 법적근거로 이민법제2백15조를 들었다.여기서는 일반 범죄를 저지르지않은 정치적망명자가 망명을 요청하는 경우, 그가 입국수속을 거치지않은 밀입국자라 하더라도 그의신변을보호하고 망명을허가한다는이른바 정치범죄인 불인도의원칙이 밝혀져 있는것이다.
기내에서「고두노프」여인은『자기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자의에의해 떠나기로했다』고 미당국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그게 어디까지가「자의」인지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어떻게 끝나든 제발 그들의 운명이 양국의 정치·외교적 흥정의제물만은 되지않았으면하는 마음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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