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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두통 치료법 몰라 골치 썩던 한국에 길 제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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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와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선정하는 ‘베스트 닥터’의 두통 치료 분야에선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교수(58)가 선정됐다. 이는 중앙SUNDAY와 코메디닷컴이 전국 10개 대학병원의 신경과 교수 39명에게 “가족이 아프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한 점수와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서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선 을지병원의 김병건, 고대구로병원 오경미 교수 등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정진상 교수

한때 두통은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드는 골칫거리였다. 환자들 대부분이 예민한 상태여서 조심스럽게 진료해야 하는데다가 치유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통 진료비는 형편없이 낮아 병원에선 손해를 감수하고 환자를 봐야 했다. 1990년대만 해도 의사들이 전공으로 삼기 꺼려한 분야가 두통이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교수(58)는 1995년 ‘환자 중심병원’을 슬로건으로 갓 출범한 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통클리닉을 열 것을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바로 채택됐다. 정 교수가 환자로 취급받지도 못했던 수많은 두통 환자를 위해 클리닉을 열었지만 당시 한국에선 두통 치료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환자를 보면서 두통에 대해 하나하나씩 배워야만 했다.

국내엔 한 수 가르침을 청할 스승도 없었다. 정 교수는 낮엔 전국에서 밀려오는 환자를 보고, 밤엔 해외 논문을 찾아 읽었다. 두통과 관련된 학회나 심포지엄이 있으면 한달음에 뛰어갔다. 12년 전엔 두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스티븐 실버스타인 교수에게 찾아가 1주일간 ‘개인 교습’을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후배 의사들을 삼성서울병원으로 불러 머리를 맞대고 두통에 대해 공부했다. 그는 두통이 치유가능한 병으로 자리 잡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 교수는 대한두통연구회와 대한두통학회 출범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2003년부터 4년간 두통학회 회장을 맡았다. 2004년엔 국내 첫 두통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005년엔 한국인 두통 특성에 대해 역학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성인의 편두통 유병률이 12%이고, 성별 차이가 두 배(남성 8%, 여성 16%)나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2004년 일본두통학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한 것을 계기로 일본의 두통 전문가들과도 교류했다. 2006년엔 일본의 후미코 사카이 전 국제두통학회 회장과 의기투합해서 한·일 두통학회를 만들었다. 이 학회는 현재 아시아두통학회로 발전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에도 아와테 현(縣) 모리오카 현민정보교류센터에서 열린 일본두통학회에서 ‘두통과 뇌졸중의 관계’와 ‘한국의 최신 두통의학 현황’에 대해 특강했다.

정 교수는 아버지가 서울대 의대 선배지만 어릴 적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대신 두 스승을 아버지처럼 따랐다. 한 스승은 서울대병원 신경과의 ‘보스’인 고(故) 명호진 교수였다. 그는 정 교수가 뇌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뇌 질환의 ABC를 가르쳤다.

또 한 스승은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의 루이스 캐플란 교수(77)다. 그와는 독특하게 인연의 끈이 맺어졌다. 충남대 교수로 일했던 1991년 정교수는 미국신경과학회에서 뇌교(腦橋) 출혈의 유형에 대해 발표했다. 이때 캐플란 교수가 직접 찾아왔다. 그는 “논문을 읽어봤는데 아주 좋다”며 칭찬했다. 이후 정 교수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 연구결과를 저명한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에 게재하도록 도왔다. 이듬해엔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의 연구 전임의로 초청했다. 정 교수는 캐플란 교수 밑에서 시상(視床) 출혈에 대한 사례를 분류해 미국신경학회에서 발표했다. 발표장에서 정 교수는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연구결과는 ‘브레인(Brain)’지에 실렸다.

정 교수는 대한뇌졸중학회의 이사장을 맡아 학회를 꾸려가면서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장, 심장뇌혈관병원 운영지원실장 등을 맡아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한 해 3000여명의 두통 환자와 2000여명의 뇌졸중 환자를 돌본다. 뇌졸중은 분초를 다투므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 위주로 진료한다. 두통 환자는 밀려서 초진을 받으려면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두통의 양상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두통 환자는 스트레스 탓이 많으며 가족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치료의 핵심 열쇠가 된다. 정 교수는 우리 국민의 진통제 남용 습관이 만성 두통의 주된 원인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2004년엔 각종 두통 환자가 100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0만 명으로 늘었어요. 두통도 치유가 가능합니다. 의사들이 두통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좋은 약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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