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타고난 성격의 녹음「테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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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악몽에 자주 시달리는 사람은 정신분열증에 걸릴지도 모른다』-이것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국제수면학회에서 미국의 「어니스트·허트먼」교수(「더프트」대의학부)가 발표한 놀랄만한 연구결과다. 이 교수는 1주간1회이상 악몽을 꾸는 38명(남11명·여27명, 평균연령27세)을 공개모집해 조사했는데 이중 35명은 5세 또는 그 이전부터 쭉 악몽에 시달려온 사람들. 괴물에 쫓긴다든가 수영도중 무엇인가에 팔을 물어뜯겨 피를 뿜었다든가 하는등 내용이나 공포가 선명하게 기억되는 악몽을 꾼 사람들이다.
조사자중 4명은 「분열증」의 증세가 보이는 정신상태가 나타났고 이중 2명은 입원했던 경험도 갖고있다.
본인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친척중에 정신장해가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신경질적인 성격의 사람이 많았다.
「허트먼」 박사는 『악몽을 자주 꾸는 것은 분열증이 되기 쉽지만 반드시 비관할 필요는 없다』며 「프랑스」의 시인「보들레르」의 예를 들었다.
즉 평소에 악몽에 잘시달리는 사람중에는 창조력이 풍부한 예술가가 될 소질도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악몽의 체험은 5, 6세 무렵에는 자주 나타나나 8∼10세가 되면 점차 감소해간다.
한편 영국「케임브리지」응용심리학 연구소의 「앤드루·테일리」박사는 실험을 통해 『꿈은 기억력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것을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프랑스」의 「미셀·쥐베」교수(「클로드· 베르나르」대)의 실험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매일밤 꿈을 꾸며 색깔이 있는 꿈을 꾸는 사람은 18%에 이른다고 했다.
꿈의 생물학적 의의에대해 「쥐베」 교수는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뇌속 기억회로는 태어날 때 1백% 모두 결정돼있는 것은 아니다. 더우기 뇌는 아주 「유연한 기계」이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결정된 회로라도 변화하기 쉽다. 이 유전적인 회로를 강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타고난 성품을 기억시켜주는 녹음「테이프」가 바로 꿈이라는 것이 「쥐베」교수의 주장이었다.
꿈속에서 같은 음악을 수학자와 음악가가 듣는경우, 수학자라면 보다 수학적·양적으로 음악을 해석하고, 음악가라면 지휘자의 세세한 손의 움직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마련인데 이것이 곧 각자의 능력을 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요인이라고 「쥐베」교수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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