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와 허기 속…따뜻한 손길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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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마로 졸지에 집을 잃은 수재민들은 뙤약볕 아래서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재민들은 임시수용소에 수용돼 구호양곡을 받고있지만 밥을 지을 땔감이 없는 데다 식수도 모자란다. 이재민들의 굳은 재기의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의 성원과 격려가 아쉽다.

<충남>
【충남】이번 수해로 1백68가구5백49명의 이재민을 낸 보령군은 대천읍 대천여중과 미산면 성주리 성주국민학교, 성주리3구 새마을회관 등에 이재민들을 분산,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의 구호품 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곳이 있는 데다 수해로 상수도 시설과 우물이 휩쓸려 식수를 자연수에 의존, 전염병 발생이 우려되고있다.
특히 8가구 45명의 이재민이 수용되어 있는 성주리 3구 마을회관의 이재민들은 군에서 지급된 구호품이 도착되지 않아 수해를 덜 본 이웃들의 도움으로 끼니를 잇고있다.
수해로 우물이 휩쓸려 없어져 오물이 섞인 산의 자연수로 식수를 대신하고있다.
김부규 씨(37·성주리3구33)는 딸 종은 양(5)을 비롯, 수용된 어린이 7명이 고열이 나는 감기증세로 앓고있다면서 『의료진이라도 와서 어린이들을 치료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천읍 구시1구 채명식 씨(47)는 『복구작업을 하려해도 장비가 없어 못한다』면서 『우선 삽·곡괭이라도 지급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대천=엄주혁 기자】

<강원>
도내 6천6백84명의 이재민들 가운데 정선군의 이재민이 5천7백53명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많다.
정선군은 이들 중 1백30가구 6백13명을 고한, 갈래국민학교 등 6개소에 수용하고 나머지 1천2백15가구 5천1백40명은 이웃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있다.
43가구 1백75명이 있는 고한 갈래국민학교 수용소도 마찬가지로 이재민들에 배정된 교실은 고작 2간이다.
여기에 이불·취사도구 등을 놓고 나면 교실 1간에 50∼60명이 웅크리고 앉기조차 힘들어 일부 이재민들은 야외나, 이웃 집 등에서 밤을 지새고있다.
식사는 1인당 하루 4백32g의 구호양곡과 부식비 2백 원씩을 받지만 고한 국민학교 수용소의 경우 연료가 없어 큰 곤란을 겪고있다.
가옥이 유실된 김동수 씨(44·고한13리15반)는 『쌀만 주면 어떻게 살겠느냐』며 군이 식사를 단체로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바랐다.
당장 입을 옷도 없어 정순자 여인(37)은 집을 삼킨 마을 앞 하천에 나가 강물에 떠내려오는 남의 헌옷들을 주워 4가족이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정여인은 또 낮이면 수저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흔적 없는 집터를 뒤진다.
수용소의 진료는 고한 국민학교 수용소의 경우 보조간호원 1명이 3백36명의 이재민들에 대한 보건관리를 맡고있는 형편이다.
수용 이재민들은 진료의사배치·의약품 공급과 함께 수해지구에 대한 방역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선=탁경명 기자】

<충북>
이번 도내의 피해는 어느 지역에서 집단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 여서 그 수용형태도 집단으로 된 것이 아니다. 수재민은 이웃집이나 잠실 등 부속건물에 분산수용되고 있다. 청원군의 경우 12가구 중 이웃집에 2가구, 나머지는 남의 집 사랑방이나 헛간, 잠실 등에 수용돼 있다.
이 때문에 각 시·군은 이들 이재민의 구호·위생·복구지원 등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청원군의 경우 이재민들에게 응급 구호양곡을 1인1일 기준으로 쌀4백32g씩 일주일치씩을 긴급 방출했다고 군에선 말하고있으나 청원군 북일면 내수2구 윤항득 씨(38) 네 가구엔 군수·면장이 다녀가기까지 했어도 3일째 양곡이 도착하지 않고 있다.
또 군은 1인1일 2백원씩의 부식비 지원을 해주도록 돼있으나 예산영달이 안됐다는 이유로 지급치 못하고 있다.
적십자사에 의존하고 있는 이재민에 대한 의류·침구지원도 아직 감감한 실정. 청원군 부용면 검호리 오희선 씨는 9명의 가족이 덮을 침구가 없어 이웃에서 한가지씩 받어다 덮어주고 있다.【청주=최근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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