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의 독선과 증오가 더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교조 소속 교사 1만2244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2차 교사선언을 어제 내놨다. 교사들이 실명으로 서명까지 했다. 전교조는 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 근거를 열거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특별법 제정이 안 되고 있는 것도 모두 대통령 탓이라고 한다. 총리 유임,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교육부 장관과 대선자금 차떼기 논란을 빚은 국가정보원장 지명 등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공식 선언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박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전교조의 선언문에서 오히려 그들의 독선과 증오가 읽힌다. 교사도 사회적 존재이므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겠으나 모든 일의 인과관계를 대통령에게 귀결시키는 전교조의 진영 논리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전교조는 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기에 너무나 위험하며, 대통령이 물러나야 제자와 동료들을 잃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적 비약이 담긴 선언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들의 편협한 사고야말로 건강한 사회에 대한 위협일 수 있다.

 이번 교사선언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 및 집단행동 금지를 위반한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오도된 진영 논리가 교단을 정치색으로 물들이고, 더 나아가 아이들이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의 유해성 차원에서 이번 교사선언을 봐야 한다. 교육부는 인터넷 게시판과 일간지 광고를 통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284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처럼 이번에도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육부가 징계를 주저한다면 이는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볼모 삼아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동에 대해 우리 사회도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