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량 주독특파원, 김진호와 인터뷰|경기 중에도 하루 6시간씩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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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회 3일째인 20일부터 확실히 자신이 생겼어요.』
세게궁도 대회사상 최초로 5관 왕이 되어 경이적인「스타」가 된 김진호의 수상 후 첫 소감이다.
김진호의 대회최종일「코스」는 제5번 사대.
때마침 과녁을 겨냥하는 김진호의 정면 멀리 게양된 태극기가 휘날리고 지난 1936년「올림픽마라톤」에서 손기정선수가 1등으로 골인했던「올림픽·스타디움」이 보여 필승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김진호는 도착초기에는 날씨가 계속 15, 16도를 오르내리는 데다가 얕은 구름아래 바람마저 겹쳐「컨디션」유지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계속 경기장에 나가 바람의 방향을 익히고 이곳 교포들이 제공하는 한국식사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점차 재「페이스」를 되찾게 되었다.
70m와 60m경기가 벌어진 첫날엔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차게 불어 크게 고전, 『그토록 열망했던「메달」에의 꿈이 사그라지는구나 싶었다』고 김진호는 되새겼다.
『평상시 시합에서도 언제나 연습하는 기분으로 임했다』는 김진호는 그래서 첫날의 부진 속에서도 몸에 밴 연습기분을 되찾아 첫「라운드」부터 두각을 보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진호 등 4명의 선수들이 이곳에서「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또 정갑표「코치」와 함께 서울에 있을 때와 똑같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상오 7시에 기상하여 기본체력훈련으로부터 시작. 거의 6시간에 이르는「하드·트레이닝」으로 정신력을 계속 고취했다.
김진호에게는 이틀간의 첫「라운드」까지 바짝 2위로 뒤쫓던 미국의「리베트·존슨」 선수가 최대의 위협이었다.
그러나「존슨」선수가 감기에 걸려 도중하차함으로써 김진호는 자신감과 함께 행운의「찬스」를 붙잡았다.
「존슨」 선수는 기권할 때『감기만 아니었다면, 오늘은 김진호를 앞섰을 텐데』라고 내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마이펠트」의 여자부 경기에서는 김진호와 「존슨」의 불꽃튀는 대결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진호가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은 이곳 서독기자들의 끈질긴 취재공세였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기자의 인파에 휩싸여 질문과 사진세례를 받은 김진호는「컨디션」 의 이상을 우려, 피신하느라 고역을 치렀다.
사대에서까지 김진호는 근거리에서「카메라」를 들이미는 극성 사진기자 때문에「스타」로서 수난을 겪어야했다.
그래서 임원중의 한사람은 항상 김진호의 곁에 붙어 서서 경호(?)를 전담하기도 했다.
이곳 도착직후부터 선수단에 대한 교포들의 지원은 대단, 식사를 직접 날라다주고 음료수·과실 등이 끊이지 않도록 열성을 다했다.
종반에 접어들어 김진호가 채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교포들은 부랴부랴 싱싱한 채소를 구하느라 법석을 부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원호 총영사와 조종식「베를린」한인회장 등 현지교포의 열렬한 성원은 눈물겨울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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