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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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2년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끝난지 며칠후의 일이었다. 「조지아」주지사 「지미·카터」는 수석비「해밀턴·조던」으로부터 7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받았다.
제목은 『내년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기 위한 5개년계획』. 당시 「카터」는 지사에 당선된지 2년밖에 안된 남부의 촌뜨기. 감히 대통령자리는 꿈에도 꾸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던 때였다.
이 5개년계획에 의하면 「카터」는 첫해에 주지사중에서 제일 뛰어난 인물로 부각되어야 한다.
2년째에는 민주당내의 지도자로 부각시키도록 한다.
3년째에는 「카터」를 『나라를 이끄는데 확고한 이념을 가진 중량급 사상가이자 지도자』로 만든다. 「조던」의 판단으로는 「카터」에겐 승산이 충분히 있었다. 뭣보다도 이는「닉슨」행정부에 대한 역겨움에 온국민이 느끼고 있는 미국인에게「강력한 도덕적영도력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조던」은 이를 위한「카터」의 재교육지침까지 자세히 마련해 놓았다.
①「뉴욕·타임스」「워성턴·포스트」지를 매일 읽어라. ②연설문 읽는법을 배워라. ③전국무장관 「러스z,」로부터 외교문제를 배워라….
이때의 「조던」의 나이는 28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카터」와 그의 다른 보좌관들은 「조던」의 5개년계획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리하여 「카더」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후「카터」는 모든 것을 「조던」의 지침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삼 강력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문제되고 있는 이때 「카터」는 「조던」을 수석보좌관에 임명했다.
『「조던」의 말을 내말처럼 따르라』고 「카터」가 일렀다니까 「조던」은 바야흐로 대통령권한대행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속셈은 작은 일은 모두 「조던」에게 맡기고 자기는 대통령선거전을 위해 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누가 누구의 꼭둑각시인줄 모르게 되어버렸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백악관 주변에는 많다. 『물러나야할 문제 인물들이 오히려 남게 됐다』고 「타임」지의 최근호는 한 민주당간부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조던」의 별명은 「블루진」의 「마키아벨리」』. 그 무서운 권모술수에 엄청난 권한까지 겹칠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대통령자리룰 노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야망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다 하려든다. 그러니 당신은 그렇지 않다는「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야한다.』 「조던」은 이렇게 그『5개년계획』에서 「카터」에게 일렀다. 이처럼 날카로운 정치분석력을 가진 「조던」이다.
권좌에 오른 다음의 자기의 처신에 대해서도 치밀한 지적을 이미 세워 놓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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