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벙긋대는 가수, 출연 재검토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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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음악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이 노래는 하지 않고 입모양만 흉내내는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 박현석(사진) 책임프로듀서(CP)는 “일부 아이돌 가수가 MR(Music recorded·반주만 녹음한 파일)에 목소리를 과도하게 입힌 뒤, 무대에서 노래하지 않고 춤만 추는 반칙을 하고 있다”며 “방송 후 오디오 모니터링을 통해 노래를 부르지 않는 가수들의 출연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음악 방송에서는 춤을 앞세운 아이돌 가수의 경우, 반주 MR에 부분적으로 목소리를 입히는 것을 용인해왔다. 빠른 곡에 강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쇼 음악중심’을 맡아온 박 CP는 이런 관행이 최근 시청자의 귀를 속일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기획사는 MR에 80~90% 노래를 미리 녹음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수들이 녹음본 위에 노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디오 트랙을 추출해 들어보니 숨소리만 들렸다”고 설명했다.

 춤도 잘 추면서 노래도 잘하는 실력있는 아이돌을 길러내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박 CP는 “요즘은 컴퓨터로 얼마든지 목소리를 튜닝할 수 있는 시대다. 나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불러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검증해서 정말 실력있는 가수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장 100% 라이브 원칙을 고집하기에는 환경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라며 “차근차근 캠페인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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