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S빌딩 설계도면 미리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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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김형식(44ㆍ구속) 서울시의원이 송씨에게 소유 부동산의 용도 변경을 약속했다는 건축사의 진술과 설계도면을 확보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송씨와 수년간 일해온 건축사 한모(47)씨로부터 “김 의원이 6ㆍ4 지방선거 전까지 자신 소유의 S빌딩 토지 용도변경을 처리해주기로 했다고 송씨에게 들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2년 송씨의 요청에 따라 현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S빌딩을 지상 20층 규모로 증축하는 설계도를 그려놨다고 한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지역의 건물인데 증축한다고 해서 의아했다”며 “송씨가 자신 있게 2014년까지는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S빌딩이 있는 내발산동 일대 송씨 소유의 부동산(4312㎡)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용적률이 최대 300% 이하여서 건물의 증축과 개발에 제한을 받는다. 송씨는 지난 2007년 S빌딩을 1개 층 더 올리는 공사를 했지만 그 이상의 증축은 하지못했다. 만약 이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하면 용적률이 최대 800%까지 오르고 증축할 수 있는 높이도 4층에서 20층까지로 확대된다.경제적 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송씨는 지난 3월 살해되기 전 두 아들에게 “내가 잘 처리해 조만간 용도변경이 될 것”이라며 “현금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씨가 살해된 뒤 그의 금고에서는 5만원권 현금으로 1억원의 돈뭉치가 발견되기도 했다.경찰은 건축사가 김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점과 가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송씨가 S빌딩의 용도 변경 쳥탁 대가로 5억2000만원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범행 관련성을 부인하되 공범 팽모(44)씨와의 통화내역이나 대포폰 사용 사실 등은 인정했다. 김 의원의 변호인 정훈탁 변호사는 변호인의견서에서 “김 의원은 송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언쟁조차 한 적 없다”며 “송씨는 김 의원을 항상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할만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정 변호사는 또 “김 의원이 살해를 교사했다는 2012년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전혀 무관한 시기”라며 “팽씨가 시의원이 시켜서 한 범죄라는 걸 얘기하면 죄가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두서없이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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