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의 허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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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확정한 국토이용관리법시행령개정안을 보면 일반적인 예상보다 다소 강화된 투기억제의
도를 읽을 수 있다.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 되어온 허가대상면적의 하한이 예상보다 낮은데다 비
교적 세밀하게 구분돼있고, 소유권뿐 아니라 전세권·임차권의 설정까지도 허가대상에 포괄시킨
점에서 이 영의 개정의도를 충분히 짐작케 만든다.
정책의도가 이처럼 분명해진만큼 우선은 그 투기억제에 대한 직·간접효과가 적지 않을 것은
쉽게 짐작된다.
민간의 토지거래에 대해 법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물론 일부지역의 과열된 토지투
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착상이 법제화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논의와 문제들이 제기되
었으며 이번의 시행령개정안은 정부안팎의 다양한 논의를 일단 여과한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이
로써 모법에 이어 일단은 토지투기억제를 위한 법체계는 완성되었으나 모든 문제가 완결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시행령개정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도한 투기억제 의욕의 실효성에서 제기 될 수 있
다. 현실적으로 볼 때 27평의 허가 하한선은 곧 대상지역내의 모든 토지거래에 대한 허가를 의미
하므로 그에 따른 심리적 억제효과는 거의 백점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토지거래를 통상적으로 구분해 볼 때 투기지역이라해도 실수요 거래비중이 적지않을 터
이므로 굳이 이런부분까지 일일이 허가받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결한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거래허가제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고려점이 바로 서민들의 자유로운 실수요거래보장임에 비추
어 처음부터 모든 거래를 다 규제하는 방식은 예상외로 서민들에게 불편을 줄지도 모른다. 물론
그에 따른 방대한 행정업무증가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투기억제의 본 뜻은 살리되 소규모 영세거래의 자유로움은 확보될 수 있게
대상 하한선은 적정규모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비록 이 법이 투기심리의 억제를 위한 예방적 효과를 기대한다해도 법체계로서의 일관된 체통
은 갖추어야 하므로 규제대상지역의 지정에 관련된 세부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동시행령에는 막연히 국토정책심의회를 거쳐 건설장관이 지정공고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그보
다는 가능하면 투기의 강도·지가상승폭 등을 기준으로 한 세칙을 정해 민간거래자들이 객관적인
준거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행정의 명료성을 높이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허가제실시와 관련된 또하나의 문제는 토지정책의 주요관심사가 단순한 투기억제에만 있는 것
이 아니라 더넓게는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에 있는 것이므로 이번의 허가제실시를 계기로 전국의
토지현황에 대한 완벽한 실태파악이 빠른 시일안에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초자료의 바탕없이 허가제가 실시될 경우 행정의 무질서와 행정담당자의 자의가 우려된
다.
이런 몇가지 보완과 사전준비만 갖추어진다면 전래의 고질인 토지투기는 충분히 제동될 수 있
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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