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조정으로「적정」성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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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정책 기조전환의 과도기적인 고통이 점차 노정되고 있는 것 같다.
금융긴축을 주조로한 안정추구시책이 때마침 제2의「오일·쇼크」라는 외부파장과 교호작용을
하여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낳고있는 감도 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정성이 되어온 성장에의 질주가 일단 감속될 경우, 그에 따른 광범위한 마
찰은 예견할 수 있었다.
『자전차주행의 원리』에서 우리라고 예외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제지표를보면 산업생
산·출하가 모두 감소되고 있고 구매력감퇴에 따른 재고는 증가하고 있다.
또 5월말현재 물가는 도매·소비자가 한결같이 급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긴축강화에따른 경제활동위축과 그동안 비현실적으로 억제되었던 가격현실화 및 국제원유
가동향에 따른 현상임이 명백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국제수지동향이다.
수출신장의 둔화와 수입증가로인해 경상수지는 올들어 계속 적자를 시현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가까운 장래에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있는듯하다.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자금난·인건비·「에너지」가격의 상승 등에 따른 국내제조원가의
급등은 한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요인이되고 있다.
거기에 무역금융마저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 종합상사를 비롯한 무역업계의 수출여력도
거의 한계에 와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정부는 비록 인기가 없을지라도 지금의 긴축정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고 태도를 밝히고
있어 경제각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진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꼬리를 끌것
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정부·기업·가계가 새삼 깨달아야 할 사실은 어려운 여건을 좋은 계기로 삼아 체
질개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축정책을 채택하는 전제조건으로 정부는 그때까지 왜곡되어온 가격체계를 과감히 현실화 했
었다.
그 덕택으로 기업들은 가격경기를 타고 그동안의 긴축을 견뎌낼 수 있었다.
따라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10여년간 지속되어온 경제성장위주의 정책이 안정우선으로 정착되려면 짧은 시간에 되지는 않
을 것이다.
일본이「오일·쇼크」이후 경제안정기반을 찾는데 3년의 세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
다.
이미 일부 대기업뿐만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에 도산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경제안정을 위한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73년말의 석유위기때는 외적요인에 의해 국내경제가 재정리를 강요당했었으나 이제는 대내적인
요구로 인해 안정시책이 강행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할것이다.
지난날의 과잉투자·과잉소비를 「긴축」이라는 여과장치를 통해 조정함으로써 안정된 바탕위
에서 적정성장을 해야겠다는 정책의 전환은, 한국경제가 겪어야할 필연적인 역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업이나 가계도 무계획한 확장에서 합리적인 비용배분으로 방향을 돌려야만 살아남
을 수 있고 착실한 성장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움츠릴 것은 없을 것이다.
하반기의 불가는 고가격위에서의 안정을 찾을 것이며(원유가동향이 불확정요소로 남아있긴하
나)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하반기에는 수출의 증가도 기대할 수가 있다.
정부가 긴축속에서도 선별금융에 유의하여 자금공급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전환기의 상처가 의
외로 축소될 가능성도 없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도산위기에서 구제금융을 해주는 것보다는『소잃기전에 대비』하는 조화된 정책의 산물
을 바라고싶다. 현영진<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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