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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의원들의 신민입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무소속의원 9명의 신민당입당결정은 현재의 국회세력판도로 보아 상당히 주목을 요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무소속의원들의 교섭단체인 민정회는 자동해체될뿐 아니라 신민당의석이 공화당을 앞지르게 됨으로써 야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는 의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민당입당을 결정한 무소속의원의 면면을 보면 과거 신민당소속이었던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전에 여당 요직을 지낸 사람을 포함한 여계인사도 더러 포함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외에 김영삼신민당총재의 공약대로 통일당과의 합당까지 이루어질 경우 신민당의석은 73, 74석으로까지 불어나 55석전후에 불과했던 9대국회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세력이 이룩되는 셈이다.
신민당으로서는 민정회를 친여적 교섭단체로 보는만큼 김영삼총재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같은 민주회복세력의 단결이란 차원을 떠나서라도 친야무소속의 입당으로 민정회를 와해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올법도 하다. 또 당에서 원내 소수파인 김총재로서는 이런 방법으로 자기의 당내입장을 강화하는 효과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공화당은 여전히 친여무소속 입당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선거때 득표율에 있어 야당에 1.1% 패배한데 이어 원내의석마저 열세에 빠질 경우 「여당고지」를 유지하기는 지극히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결국 공화당의 친여무소속 입당허용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중에는 혹 그렇지 않은 인사도 있지만, 대부분 무소속의원의「뿌리」를 보면 대체로 친여·친야의 색채가 뚜렷한만큼 이들이 여야로 각기 복귀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사필귀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각당안에는 이들과 지구당 또는 공천을 놓고 경합을 벌인 당사자들이 도사리고 있어 이들의 복귀에 거부반응이 있을 것도 예측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여야진영의 정돈이란 흠원에서 보면 큰 문제는 아닐것이다.
어차피 여당은 여당으로, 야당은 야당으로 정돈되는 것이 밝은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생각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회의 세력판도가 여야로 단순화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발전이란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같은 판도의 단순화가 국회의 양극화현상을 불러 극한적인 여야대립을 촉진한다면 우려할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민정회가 오늘의 여야관계에 있어 충분한 완충역을 하리라고는 꼭 보지 않지만, 국회에 여야만이 존재한다고 할때 우선 극한대립으로 인한 정국경색이 염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소속영입에 따른 원내세력판도의 변화와 함께 의석이 증강된 신민당으로서는 비대해진 그 체중에 어울릴만한 신중성과 무게를 가지고 국회운영에 임해야 할것이고, 공화당으로서도 흔히 빠지기 쉬운 대야경시나 일방통행의 자세를 버리고 대등한「파트너」로서의 야당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80년대를 목전에 두고있는 시대적 배경이나 오늘의 국내외정세, 또는10대총선과 신민당전당대회의 결과등을 놓고 냉정히 관찰한다면 여는 야든 이제 70년대초반의 고정관념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인식과 각오가 있어야 새로운 여야관계, 원활한 국회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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