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경비…"방심"이빚은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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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버스」「트럭」충돌 추락사고= 벽지를 운행하는 시외완행「버스」의 허술한 정비 및 운행상태·나쁜 도로사정, 그리고 업자들의 설마 하는 방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빚어진 참사였다.
사고를 낸 영암운수회사 측이 사고「버스」가 도계 읍으로 출발하기 전「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줄 알고서도『갔다와서 고치자』고 미룬 끝에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사고원인수사에 나선 춘천지검 강릉지청 반헌수 검사도 3일 하오 l차 현장검증 결과 사고「버스」가 고장이 난「브레이크·오일」개폐장치를 고치지 않고 그냥 운행했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파열 돼 사고가 일어났다며 업자의 방심을 지적했다.
회사측은「버스」에 손님이 타있고 출발시간이 정시보다 20분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도계 읍에 갔다와서 고치 자며 고장「버스」를 무모하게 운행시켰다.
더우기 이「버스」는 지난4월13일 각종검사를 받은 지 2개월도 못돼「브레이크」고장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정비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다 사고가 난 곳은 도로사정이 형편없이 나빴으며 이것이 사고의 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이곳은 언제나 고위층의 순시가 있을 때나 눈가림 식으로 도로를 보수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안전표지판이나 난간 벽이 설치돼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사고를 낸「버스」회사는 운전사도 부족해 회사측은 47명의 운전사로 55대의「버스」를 운행하고있다.
「버스」댓 수가 오히려 운전사보다 8대가 더 많아 운전사들이 과로에 쫓기고 있다.
부상자 박성배씨(26·경북 영주군 안정면 동천리)는 이번에 안전「벨트」만 있었더라도 희생자가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가「브레이크」파열당시「버스」안내양 박성심양(20)이 차에 탔던 승객들에게 차가 고장났으니「시트」대를 꼭 붙잡으라고 소리쳤으나 앞좌석「시트」대를 잡아도 힘을 쓸 수 없어 승객모두가 구르는 차와 함께 곤두박질했다는 것.

<현장>
사고순간 마침 현장을 통과하면서 사고를 목격한 철암발 도계행 제1831 열차 기관사 홍순성씨(45)에 따르면『쾅』하는 소리와 함께 앞부분이 하늘로 치솟은「버스」가 먼저 80도경사의 벼랑을 튕기면서 6번 곤두박질한 뒤 1백m아래 철길 옆에 처박혔고「트럭」도 30m쯤 구르다 전주에 걸렸다.
홍씨는「버스」와「트럭」이 마치 낙엽이 바람에 날리듯이 박살나고 이때「버스」안에서는 승객들의 비명이 계곡을 진동했다고 말했다.
승객 이춘우군(19·도계3리·장생병원 입원)은「버스」가 한번씩 곤두박질 할 때마다 3∼4명의 승객들이 부서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튕겨 나가 아비규환을 이뤘다고 당시를 말했다.

<구조작업>
기관사 홍씨가 이 사고를 목격하고 기차를 세워 차장 김두수씨(38)와 함께 첫 구조작업을 폈다.
이들은 기차가 선 것을 보고 피투성이가 된 채 차체에 깔려「사람 살리라」고 절규하는 김옥난씨(65·삼척군 도계읍 전두리)등 11명을 열차에 싣고 도계역에 와서 경찰에 넘겨 병원으로 옮겼다.

<희생자 주변>
부상자 박룡진씨(37·도계2리·광부)는 부인 박순애씨(32)와 함께 형수를 서울병원으로 후송시키고 오다 사고를 당해 부인을 잃었다.
숨진 이인수씨(35·여·삼척군 도계읍 심포리11반)는 맏딸 한희정양(3)과 장남 성복군(1)을 데리고 황지 서울병원에 입원중인 남편 한주영씨(34·광부)병 문안을 하고 오다 아들과 함께 변을 당했다.
그러나 3살 난 희정양은 얼굴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을 뿐 별 다친데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나 이번 사고에서 무 재해를 기록. 【도계=정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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