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증세」엔 명의도 없다"|미국을 휩쓰는 「석유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월 들어 미국 전역에 『「캘리포니아」 증세』라고 불리는 「석유질병」이 만연하여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이루는 등 74년 석유파동의 재판같은 소동을 빚고 있다.
「카터」 대통령의 석유배급제 법안이 하원에 의해 부결되던 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단독으로 석유소비 절약대책을 세워 자동차 번호만의 끝 숫자에 따라 짝수번호는 짝수 날에, 홀수번호는 홀수 날에만 휘발유를 살수 있다는 소위「홀·짝놀이」를 시작했다.
이 조치는 「캘리포니아」의 특수성 때문에 실시된 것이다.
인구 2천2백만 명에 자동차 보유대수가 1천6백만대로 1천 명당 7백27대의 자가용차를 가진 「캘리포니아」 에서는 「버스」같은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인구밀집지역인 14개「카운티」에서는 「가솔린」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자가용 소비를 규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캘리포니아」증세는 실제로 휘발유 공급이 크게 달리지 않는 다른 주에 심리적 영향을 주어 사재기 경쟁을 불러 일으켜 비축량이 줄어든 주유소가 일요일과 토요일에 폐점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자동차 휘발유「탱크」에 반 이상 「가솔린」이 남아있어도 우선 가득 채우려고 주유소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성급한 사람들은 주말이나 여름휴가 계획을 변경해야할 것이 아니냐고 걱정들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동차용 「가솔린」의 대량 소비철을 맞아 특히 오는 28일의 현충일 연휴를 전후하여 이 증세는「피크」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하고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휘발유 소동이 석유회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출고를 조절하여 소비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가수요를 자극하는 농간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돌은 이번 석유파동이 「이란」 사태로 인한 대미석유수출의 감소, 국제석유가격인상 등의 외부적인 요인과 미국 안에서 ▲석유회사의 공급이 작년보다 평균 17.2% 감소된 데 비해 소비는 오히려 4%정도 늘어났고 ▲「메이저」의 석유류 폭리를 세금으로 환수하기 위한 입법화정책과 ▲여름휴가철의 소비를 규제하여 겨울철 난방용 석유의 공급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석유류 배급제를 고려한 점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반소비자들에게 위기의식을 준 데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미국 내에 석유가 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유소 업자들도 공급량이 보통 때보다 20%정도 적다고 불평이다.
77년 3윌 말 2억6천2백만 「배럴」이던 비축량이 79년 3월말에는 2억4천1백만 「배럴」 로 떨어졌으며 현재 비축량은 2억3천2백만 「배럴」인데 5월말까지 가면 위험선인 2억 「배럴」로 감소 될 전망이다.
「에너지」성 관계자들은 「이란」에서 계속 석유가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석유부족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부언하고 있으며 다른 석유전문가는 만약 석유가격이 인상된다면 「메이저」가 즉시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50%의 국내수요를 수입에 의존하며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싼 국내 소비가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 8백50만 「배럴」과 거의 맞먹는 양을 사용하는 미국민의 소비절약이 선항되지 앉고는 이번 석유파동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이같이 위기의식이 높아지면 골탕먹는 쪽은 시민들이며 특히 한국과 같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다.
미국시민들의 「공포」 현상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와 「메이저」들의 계락에, 악용돼 전반적인 석유가격인상을 부채질한다면 그 불똥은 개발도상국에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뉴욕=김재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