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틀」을 벗어나 「자연」을 배운다|서독국민학교 산간「캠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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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는 우리 독일의 패전직후에 국민학교를 다녔읍니다. 지금 이렇게 풍족하게 어린이들이 학교「캠프」에 오는 것을 상상도 할수 없었던 세대입니다.』 국민학교교사「기즐라·마인츠」씨(여·39)는 거의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감탄한다.
『경제적으로 우선 어려웠고, 그리고 이렇게「자연」이라는것에만 절실할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30년뒤 그는 지금 자신이 맡고있는「켈레」국민교 4년생들을 이끌고 「본」시에서 40km 떨어진 산간마을「캠프」장에 「보호자」로 와 있다.

<단체생활·협동정신을 익혀>
학교공부와 숨막히는 도시에서 해방하자-오늘의 어린이들에겐 이것이 가장 절실한 구호가 돼버린 사실을「마인츠」교사는 이 30년의 변화라고되뇐다.
세계사람들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알려졌던 저30년대의「나치스·위겐트」같은 소년단체는 이제 독일사람들 누구에게나 『그런일 있을수 없다』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넘겨진다. 그대신「자연의 생활」을 쫓는 어린이들의 움직임에 가정과 학교·사회가 바쁘게 뒷받침하고 있다.
「본」시의 「켈레」국민교 4년생 70여명과함께 1시간가까이「버스」로 찾아간 시「캠프」장은 바로 오늘의 독일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른들이 바라고있는가를 한눈에 보게하는 교육장이다.
『국민학교4학년생이면 꼭 한번씩 이곳에서 1주일을 보내게 합니다.』
첫째 단체생활, 둘째 협동정신, 세째 자립심, 넷째 자연사랑…책임교사「비헤르바운」여사는 호루라기를 쥔채 손가락을 꼽아 이「캠프」의 뜻을 센다.
한여름과 겨울을 피해「본」시내의 모든 국민학교는 시에서 운영하는 두개의「캠프」장에 4학년생들을 보낸다. 5박6일「코스」. 각학교의 입소「스케줄」이 짜여지면 어린이들은 그 어떤 수학여행보다 즐겁게 흥분한다.
『학교공부를 완전히 중지하고 마음대로 1주일을 자기들끼리 놀게하기 때문이지요.』
이「캠프」장의 모든 유지·관리는 시예산으로하고 학생들은 식사값 45「마르크」(1만2천원)과와 용돈 5「마르크」만 들고오면 된다. 담임선샘님이 그들이 갖고 놀 모든 운동기구와 장비를 한차 가득싣고와서 풀어놓는다. 5박6일간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가에 대한 시간표가 따로없다.

<운동기구만 자동차 가득히>
『날씨를 보고 아이들 의견을 들어가면서 그때그때 할것을 정합니다.「마인츠」교사는 이「캠프」장에서는 대개 동산·야외「스케치」·운동·박물관구경, 그리고 단체훈련 몇가지를 한다고 일러준다.
그들이 용돈으로 갖고온 5「마르크」는 바로 이웃 박물관이나 미술관 구경을 갈때 입장료로 쓰인다.
『가정을 떠나 단체생활을 할때 어떻게 서로 합심해서 돕는가를 훈련하는데 힘을 쏟고있어요.』 6명씩 들어가는 각방을 한「팀」으로 해서 어느방이 깨끗한가를 알아보는 정리대회, 5명·10명씩짝을 지어 공동으로 그림을 그리기, 공작시간에 방마다 공동 장난감 만들기….
이런식으로 해서 이웃끼리 돕는 방법을 훈련한다는 것이다.
구두닦기·밥그릇닦기도 있다. 꼭 자기구두는 자기가 시간을 정해서 닦는다. 자립심의 훈련이다. 그것은 먼저 학생들이「캠프」장에 도착해서 첫행사인 「짐 정리」때부터 시작된다.
『세면도구 「타월」3개 신발주머니 구두약 운동화 실내화 가죽구두 장화 털신 한켤레씩 양말6켤례(털과 목면)속옷5벌 모자 목도리 바지5벌(운동 등산 실내 무용 보통바지)목이긴 「셔츠」1벌 「재키트」털「스웨터」각1벌』-학교에서 한달전부터 지시한 「준비물」들이다. 그리하여 이들이 「캠프」장에 도착하여 방을 지정받자마자 이들 짐을 단정하게 제자리에 챙겨 넣는 일이 첫 일과가된다.

<수학여행보다도 즐거워>
『집을 혼자 떠나있기는 처음이라서 겁이나요.』「유니카·프리스미」양(11살)은 짐을 챙겨넣으며 아빠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친구들하고 잠잘 생각을 하니까 재미있어요.』 옆친구「살리네·칼트」양은 흥분해 있다고 두 손을 모으며 즐거운 표정이다.
『벌써부터 운동하면 안돼요. 들어와서 자기방을 돌아보도록 해요-.』선생님이 호루라기를 세게 부니까「캠프」장 마당잔디에서 공차기를 벌이던 남자어린이들이 우르르 건물로 들어온다.
그들은 어느새 얇은 실내화를 다 신고 있다. 2층건물「캠프」장 입구에 있는 옷걸이방부터 정리점검. 노란색의 비옷과 강화, 그리고 그들이 아침에「버스」탈때 입고온「코트」들이 줄서서 나란히 걸려있다.

<「자연의 소중함」에 눈떠>
다음은 세면장 점검. 「타일」을 깨끗하게 깐 10여평되는 공동 세면장. 각자가 1인용 화장대를 맡아 칫솔 치약 비누를 놓고 그밑에「타월」을 단정하게 매달아두었다.
『침대「시트」는 다 끝마쳤지?』여기저기 장난소리가 터져나오는 각방을 돌면서 선샘님들도 웃음을 참지못한다. 방안의 옷장꼭대기위에 옷가방을 얹어놓는데에다 각기 가방을 마구 던져 올려놔서 방마다 이것을 바로잡느라고 부산하다.
『밖에 나가서 그림 그릴까?』-점심식사가 끝나자 우르르 옷들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당번몇사람이「스케치·북」과「크레용」·연필이든 가방을 들고 따라간다.
『자연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요.』맑은공기, 울창한 수풀, 날아 다니는 새들과 함께 하루내내 딩굴면서 실컷 놀아봄으로써 그들 마음에 푸근한 자연이 심어진다고, 교사들은『자연은 자연스럽게』라고 표현했다.
자연으로의 해방, 학교공부에서의 해방, 짧은 1주일은 이 국민교생들에게 가장 짙은 자양이리라.[본(서독)=윤호미·송영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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