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여고 개교보고 눈감고싶다"던 백금옥 할머니 행사으로 펼친 뜻 결실 앞두고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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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교법인 금옥학원 설립자인 백금옥 여사(62·사진)가 1일 하오2시20분 서울 종로구 관철동11의24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장례식은 3일 상오9시 금옥여자중·고교 교정에서 학원장으로 베풀어진다. 장지는 동교 뒷산으로 정해졌다.
평생을 처녀할머니로 늙으면서 행상과 삯바느질 등으로 모은 돈을 학교설립에 바친 백 여사는 꿈을 이루긴 했지만 개교를 1년 앞둔 채 눈을 감았다.
소녀시절 그토록 입어보고 싶었다는 여학생교복은 이제 백여사가 남긴 금옥여중·고(서울강서구 신정동 산117)를 가득 채워 교정뒷산에 묻힌 고인의 넋을 달래줄 것이다.
백 여사는 지병인 간암으로 숨지기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나머지 전재산(5억2천여만원)을 들여 세운 금옥학술문화재단의 설립인가를 받았었다.
지난해 5월 10억원을 선뜻 내놓고 『학교를 세워달라』고 하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백 여사는 그 뒤 다시 12억원으로 장학재단을 일으켜 학교·장학재단·학술문화재단 등에 모두 27억여원의 전재산을 쏟아 흔들리지 않을 교육기반을 남겨놓았다.
백 여사가 학교를 세우는데 뜻을 둔 것은 13세 때.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바느질품으로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머니 박분이 여사는 『학교를 하나 지어 공부 못한 한을 풀어라』고 일렀다. 이때부터 백 여사는 백화점사환·식당·쌀장사·집장사 등을 해가며 억척같이 돈을 모았다.
36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학교를 짓기 전에는 제사도 지내지 말고 결혼도 하지 말라』고 유언, 처음 뜻을 세운지 47년,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5년만인 지난해 백 여사는 45학급 규모의 여자중·고교 예비인가를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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