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논쟁보다 정책논쟁을…

신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르는 가운데 벌이고있는 당권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인상이다.
지난번 국회의원선거때의 뜨거웠던 정치의 열기가 연초의 물가문제를 비롯한 경제적 난국, 그리고 국회개원초의 진통 때문에 서서히 가라않기 시작했는데 신민당에서 당권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쟁에 불꽃을 튀기게되자 그 귀추를 주목해 보는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 제1야당의 큰잔치를 바라보면서 축하의 말을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로되 신문보도를 대할 때마다 무엇인가 개운치않은 느낌이 든다.
첫째, 신민당은 전체적으로 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선거에서 공화당보다 더맣은 표수를 얻었다는 사실이 신민당으로 하여금 흥분하지 않을 수 없게 했겠지만 현재 벌이고 있는 당권경쟁에 있어서는 아예 국민의 관심을 외면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많은 국민의 투표를 진정한 신민당의 지대기반으로 굳히고자 한다면 지구당개편대회나 전당대회를 자신들만의 들뜬 싸움으로 장식해서 되는것일까.
다시 말하면 공화당과 다른 정당들이 냉정한 눈으로 신민당을 바라보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이 건전한 정당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둘째, 당권을 두고 여러 파들이 서로 겨루고 있긴 하나 이철승씨와 김영삼씨의 대결로 압축이 되는 모양인데, 두사람이 서로 대하는 태도에서 거물다운 금도를 느끼지못하는 것도 보는 이로하여금 무엇인지 아쉬운 감을 갖게 하지만 그보다도 서로 주장하고 비난하는 내용이 정치이념이나 정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여당과 정권에 대한 투쟁자세를 두고 따지고만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참여 속의 개혁」이라든가, 「진정한 야당으로서 수권태세를 갖춘다」는 것도 정치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는 한 번으로 족하며 당원과 국민들이 모두 알고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에는 막연한 말에 불과한 선명논쟁을 하기보다 더 구체적으로 당수후보들이 갖고 있는 정책대안을 듣고 싶다.
제3의 후보로 등장한 신도환씨는 그러한 입장에서는 이·김양씨의 중간에 설지도 모르겠으나 새로운 당수로서의 정치적 포부를 밝혀 봄으로써 당권경쟁 그 자체를 정치적으로「발전」시켜봄직도 하다.
셋째, 신민당 당내파벌의 존재와 당권경쟁같은 것을 신민당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흔히 과시하는데 민주주의를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같다.
민주주의란 파벌의 존재 그 자체, 그리고 그들 사이에 경쟁이 있다는 것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파벌간에 어떻게 합의를 이루어 가는가에 대한 결정의 행위방식에 관한 것이다. 서로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결정과정과 확정된 결과에 대한 존중이 민주주의의 더 중요한 지표다.
만일 신민당이 민주정신에 충실코자한다면 당의 지도부선출절차 자체를 재검토할 용의는 없는지, 다시말하면 당의 대표를 현재 처럼 지구당위원장이 선출되고-현직의원은 거의 자동「케이스」이고 의원이 없는 경우 얼마나 경쟁이 있고 또 민주적으로 선출하는지 몰라도-그가 지명하는 5명의 대의원으로 전당대회를 구성하고 거기서 뽑는 것으로 하지말고 일본의 자민당이 개혁했듯이 전당원의 직접 투표에 의한 방법으로 선출하면 어떨까?
현대정치가 행정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한만큼 정당이 얼마나 제기능을 다하느냐에 따라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좌우된다.
정당정치의 발전을 바라고, 그런만큼 건실한 반대당의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고언을 하게 된 한사람의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