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방 환약서 납 대량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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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부 한방약 중 알약에 납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이를 복용한 환자가 납중독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
경희대 부설 경희 의료원 내과「팀」 (배종화·김명재·김원동 교수)은 77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한방 한약과 한약을 복용한 뒤 빈혈·소화불량·신경마비 등 증상을 일으켜 입원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들이 복용한 한방약에 다량의 납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경희 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4일 입원한 박준영씨 (43·여·서울 종로구 원남동)는 지병인 신경통을 고치기 위해 S제약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서 만든 알약 「신생단 S」를 40일간 복용했으나 이 약을 먹은 뒤부터 복통과 빈혈을 일으키고 신경마비 증세를 보였다.
박씨는 검사 결과 피 속에 보통 사람의 1백g당 60「마이크로그램」의 납 성분보다 4배가 넘는 2백36「마이크로그램」의 납 성분이 검출됐다.
경희 의료원은 박씨가 복용한 신생단을 분석한 결과 납이 함유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국립보건원에 보내 재분석한 결과 과량의 납 성분이 들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밖에도 지난 한햇동안 양정호 (47·여·서울 동대문구 면목동)·김금순 (46·여·서울 동대문구 신내동 694)씨 등 5명이 한방약을 복용하고 납 중독 증세를 일으켜 입원했다.
배 박사는 문제의 납이 한약 제조 과정에서 맨 마지막에「코팅」하면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납중독을 일으키면 초기에는 복통·빈혈 증세가 나타나고 심해지면 사지가 마비되거나 발작을 일으키는 등 혼수 상태까지 이르고 어린이는 숨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납 중독은 인쇄소·건전지 회사 등 납을 사용하는 산업체에서 직업병의 형태로 발견되었으나 한약을 먹고 납중독을 일으킨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의료원 측은 이 사실을 보건사회부에 보고했으며 당국은 한약에 납 성분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조사중이다.
대구지검은 문제의 신생단 제조 회사인 신화 제약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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