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상품화하는 소설

이재선<서강대교수·국문학> 근래에 들어 우리의 소설이 과도할만큼 상품화내지는 시장지향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일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는 오늘의 우리소설을 바르게 진단하는데있어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협상임에 틀림 없다.
물론 문학의 예술적 또는 미학적인 존재기반을 고수하면서 이 시대의 고뇌로운 삶의 양식과 당면한 아픔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형상화하고 수행해??작가와 작품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7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우리의 소설은 생산자(작가)-분배자(출판사)-소비자(독자)로 이루어지는 교환회로의 유례없이 활발해진 호황과함께 문학의 상품화 현상도 더욱더 드세어지게 됨으로써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문학적 징후를 점진적으로 노출하게 된 것이다.
문학의 상품화 현상이란 문자 그대로 작품이 하나의 경제적인 상품의 단위로서 평?퓸沮測?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이 창조와 예술로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과 교환되는 교역품으로서 더 중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작품의 창조적이고 정신적인 소산으로서의 가??평가절하되는 대신 물질적 가??상승되는 것이다.
이렇듯 문학이 상품으로서만 평?퓔?문학의 예술성이 이윤의 제단위에서 희생되는 문제가 불가피하게 제기된다. 그것은 산업화된 문학시장의 계산성이나 지시성 또는 대중적인 취향성에의 영합을 위해서 개인의 창조성이 그만큼 둔화되고 약화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상품화 그 자체를 무턱대고 폄하거나 비난할 수만은 없다. 소설은 다른「장르」의 문학과는 달리 그 발생의 근원에서부터 이미 상업성이 개재해있는 것이다. 문화의 점진적인 민주화와 중산층인 상업시민계층의 문화적인 승리의 결과로 등장하게 된 소설은 원래가 대중문화와 실질적인 문학의 상품화 현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제는 그 과도한 시장 지향성의 극복과 그리고 예술성과 상품성을 어떻게 균형있게 견지하는가에 있다고 할것이다.
지난날에 있어서 우리의 소설사에 나타나는 소설의 과도한 상품화는 신문의 강한 상업주의에 의해 주도 되었다.
일테면 1900년대에 활발하게 등장한 우리의 신문들은 개화를 위한 많은 교화적인 기능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연재소설이란 양식을 통해서 적잖은 상품화를 유발했던 것이다. 이점에서 신문연재소설로 등장한 신소설은 그것의 개화기적인 정론성 못지않게 시장적응상품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있다. 이런 현상은 오늘의 신문소설에서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오늘날 작품의 과도한 상품화 현상을 촉진하고있는 것은 작가와 독자간의 교환회로상에 있어서 분배자로 개입하고 있는 출판사 또는 잡지사들의 상업주의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화담당의 기관들이 물질만능의 시대풍조와 영합되어 영리를 위한 상업주의만에 집작함으로써 작?湧?성실한 문학의식을 타락시키고 흔들어 놓고있는 것이다.
그 결과의 하나가 바로 이런 상업주의에 깊이 오염된 인기있는 소설들의 주제가 선정적이고 성적인「센세이셔널리즘」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풍토속에서 작?涌“毒?문학의 과도한 상품성을 지양하라고만 한다면 그것은 희생의 속죄양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과도한 소설의 시장 지향성과 상품화를 지양하고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근원적으로 작가가 어떤 갈등도 느끼지 않게 작가의 직업화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작?俑?스스로 그 책임을 절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것은 무엇 때문에 글을 써야만하고 또 쓰느냐하는 작가의 고유기능 및 본질문제와 잇닿는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서 그 해답이 구해질수 있는것이다.
작품이 단순한 소모품으로 전락될때??작??지금보다도 더욱더 외로와질 수 밖에 없다. 문화의 창조자로서의 작??어쩌면 그것이 범죄가 될지도 모르는 당대적인 인기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다. 창조와 예술적 진지성이 작가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예속되고 궁핍했던 식민지시대??우리에게는 반상업적문학이 있었다는 사실은 작가의 예술적이고 창조적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란 문제?淪?한 표본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