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평화를 끝낸 전쟁』의 저자인 마거릿 맥밀런(사진) 옥스퍼드대 샌안토니스칼리지 학장은 최근 당시와 현재의 유사성 탐구로 서구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를 만났다.
- 미·중 경쟁을 1차대전 때 영·독 관계에 비유했다. 갈등을 피할 방법은 없나.
“길은 있다고 본다. 1차대전 전 영국은 독일·일본·미국으로부터 도전을 받았다. 일본과는 조약(일본의 한반도 패권을 인정한 영·일 동맹)을 맺었다. 미국과는 베네수엘라 국경을 두고 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물러났다. ”
- 영국이 독일과는 실패한 셈인데.
“영국의 해군력에 도전하기로 한 결정 때문이라고 본다. 영국엔 해군이 자국 방어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독일군이 영국 해안에서 보이기 시작하자 영국은 위협으로 인식했고 오랜 적수인 프랑스·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 강대국 틈바구니의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주 어려운 처지인 건 분명하다. 북한은 여전히 적대적이고 중국은 부상하고 일본은 국수주의적으로 돼 가고 있다. 한국 지도자들이 기술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냉전기간 중 핀란드를 보라. 국경을 접한 소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면서도 정치경제·사회적으론 서구의 일부였다.”
- 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앞으로 양국 관계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거다. 중국이 무엇을 할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걱정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한국의 지정학적 운명이다.”
옥스퍼드=고정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