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참여하는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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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의「신문의날」은 「독자가 참여하는 신문」을 표어로 내걸었다.
사회의 공기인 신문제작에 독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이 강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신문이 이제 독자와의 연계성을 힘주어 말한다는 것은 미·구·일의 신문들이「독자의소리」에 충직하게 귀를 기울이고 제작해온데 비해 우리의 신문은 그동안 소홀한 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반성하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신문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데는 여러 용관적인 여건외에도 지면의 제약이 하나의 원인이었던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한국신문연구소가 전국신문종사자를 대상으로한「한국언론인의식구조조사」를 보면 독자의 참여와 증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83%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언론계 종사자 자신들이 독자가 기대하는 정보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왔다는데 대한 자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래전부터 신문독자들은 거의 획일적인 지면에다 거두절미식의 단편적인 기사내용으로,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신문의 심층보도 기능이 살려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큰 불만을 품어왔다.
알다시피 한국신문들은 62년8월 조석간제에서 조간·석간 단간제로 옮긴이후 주36면 발행에서 48면으로 조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1차 경제개발5주년계획의 시발 다음해인 62년부터 제4차 5주년계획 3차년도인 올해까지 국제환경이나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분야는 모두 급격한 변화를 이루어 질·량 양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했는데도 오로지 신문만은 구태의연하게 시대에 뒤떨어진 발행면수를 묵수해 온 것이다.
비근한 예로 경제규모의 확대만 일별해도 국민총생산(GNP·75년불변가격)은 62년에 비해 78년이 5.1배, 1인당 GNP는 14.4배가 늘어났으며 신문을 포함한 제조업의 생산고는 1백10배가 증가했다.
또한 경제발전 단계로 보더라도 이제 우리는 중공업화시대에 왔을뿐만 아니라 해외에 대한 개정경제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여건의 상향에 따라 국민의 의식구조도 높은 수준으로 가고 있는데 반해 이를 선도해야 할 신문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현상은 누구의 눈으로 보더라도 기리하랄 수 밖에 없지 않겠는다.
정보시대에 존재하는 신문으로서는 그 공공적 기능을 떠나서라도 하나의 상품으로서 호객에게 최대한의 봉사를 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며, 그렇다면 신문지면의 확장은 이런 관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하겠다.
특히 정보사회라고 특징지어지는 현대에 있어서는 오늘의 정보가 내일에는 벌써 무용지물이 될이만큼 정보유통의 량과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에 정보산업의 중추인 신문이 광범위한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충분하고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한낱 지면의 제약이라는 원시적 이유 때문에 방관하고 있다면 그 빚은 결코 비단 언론계에만 돌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면적으로 다른 선진국이나 가까운 동남아 제국과 비교해 보아도 증면의 당위성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알 수 있다. 매일 36∼40면을 발행하고 있는 일본과는 비교가 안된다 하더라도「홍콩」「싱가포르」등 동남아 각국 신문들도 매일 16면이상 발행이 통례다.
23회 「신문의 날」에 즈음하여 우리는 독자와 더불어 호흡하고, 독자가 참여하는 가운데 더욱 충실한 지면 만들기에 분발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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