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식목일|기후-토양-지형을 조작…속성육묘등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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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맑은 공기의 공급원이 되고 온갖 동·식물에 삶의 터전을 제공할뿐만 아니라 우리생활에 절대적인 각종 목재와 「펄프」를 공급하는 숲. 그것은 원래 자연의 소산이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숲을 이루어 보려는 의지와 노력이 오래전서부터, 그리고 세계 이곳 저곳에서 때로는 도전을 받고 때로는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러한 노력중에서도 어떤 나무(수종)가 어떠한 기후·토양·지형에서 어떻게 잘 자라는지를 중점적으로 밝혀내는 임목육종연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장 활기를 띠는 분야.
경기도 화성에있는 산림청산하 임목육종연구소(소장 최정석·59)도 헐벗은 우리 산야에 「숲의 꿈」을 심고 기르고 가꾸는 곳이다.

<우량수종의 개발은 별따기>
『같은 종류의 나무인데도 산지에 따라서 자라나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그 나무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겠지요.』
22년간이나 이곳을 지킨 전계상연구관(45)의 말이다.
우량수종을 얻는 방법에는 우수한 특성을 지닌 품종을 서로 교배시키는 교잡육종과 우량외국산을 도입해서 우리 풍토에 알맞은지 어떤지 적응성을 판정하는 도입육종등 크게 두가지가 있다.
56년 중앙임업시험장 수원육종지장으로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개발된 새로운 품종은 「리기테다」소나무·「이태리·포플러」·온수원사시나무·「테다」소나무·좀잎산오리나무 등 5종밖에 되지않는다는 노경래연구관(36)의 말이다.

<쓸만한 도입종은 4가지뿐>
어디에서나 잘자라고 성장이 빠르며 재질이 좋은 「리기테다」 소나무는 재질은 나쁘지만 어디든지 잘자라는「리기다」소나무에다 성장도 빠르고 재질은 좋지만 추위에 잘 견디지 못하는「테다」소나무를 교배해서 얻어진 잡종.
다른 품종끼리 교배시켜서 생긴 잡종은 성질이 우수하고 강해진다는 이른바「잡종강세」의 육종학적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우수한 외국산 나무를 도입해서 우리나라 산야에 적응, 제대로 잘 자라는지 어떤지를 검정하는 도입육종 또한 굉장히 어렵다.
『지난 24년간 36개국에서 들여온 나무는 모두 3백91종이나 됩니다. 그러나 이가운데 국내보급을 장려할만한 것은 독일가문비나무를 비롯해서 4품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나무는「벨기에」산「벨기에·포플러」(성장속도가 「이태리·포플러」의 1.2배)와 미「뉴욕」주산「스트로브」잣나무(재래잣나무에 비해 2.8배 성장이 빠름)정도예요.』
도입육종연구에 여념이 없다는 황재우연구관의 말.
묘목을 만들어서 한 나무로서 경제성이 있기까지 키우기 위해서는 온수원사시나무의 경우 10∼15년, 「리기테다」소나무의 경우는 20여년이란 긴세월이 흘러야 한다. 게다가 씨앗(종자)을 심어 파종하고 양묘를 해서 묘목으로 보급하기까지만도 3∼5년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헐벗은 산을 삘리 푸르게 만들어야 하고 태부족인 목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안되는 실정에서는 이렇듯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
작년에 완공된 특수온실에 기대가 크다고 이석구연구관(41)은 말한다.

<육묘기간을 1년으로 단축>
초속25m의 강풍과 섭씨영하22도까지의 저온등 자연현상을 단계적으로 조작, 재현시킴으로써 묘목이 잘 견디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저온풍동장치가 달려있는, 이른바 속생육묘온실은 밤과 낮, 춘하추동의 변화를 없애버린 특수온실. 실내온도가 항상 섭씨 20∼30도로 유지되도록 되어있고 밤에는 태양등이 작동하고 이따금 필요할때마다 비가 내리도록 자동제어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다른 포지에서는 묘목을 얻는데 3∼5년이 걸리지만 이 특수온실에서는 1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와같은 속성육묘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이렇게 빨리 자란 묘목이 실제로 우리나라 산야에서 저온이나 강풍에 잘 견디는지를 미리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섭씨 영하0도에서 영하22도까지 내리고 바람의 속도도 초속 25m까지 내는 저온풍동장치에서 내한성빚 적응성 검정시험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장벽이 있다. 병충해를 이길 수 있느냐다. 특히 현재 전국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솔잎흑파리와 잣나무털륙병을 이기는 내병충성후보목을 골라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이연구관의 말이다. 글 김영치·사진 장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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