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은 지켰지만 뒷맛은 씁 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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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여곡절 끝에 방어전 시합기간인 꼭 6개월만에 가진「프로·복싱」WBC「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김성준의 1차 방어전은 기대 밖의 졸 전을 벌이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31일 밤 서울 문화체육관에서 벌어진「타이틀·매치」에서 김성준은 도전자「멜린데스」 (도미니카)의「스피드」에 눌려 고전 끝에 종반에 맹렬한「대시」로 득점을 올려 겨우 무승부로「타이틀 을 지킨 것이다.
특히 경기 전 관례에 따라 국가를 부르는 예식에서 주최측은 상대방국가를 준비 못하는 결례를 범해관중들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멜린데스」는 자신이 국가를 자청해서 직접 불러 한국「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김성준은 친한 파로 자처하는 미국인주심「제이·애슨」무승부판정으로「타이틀」은 겨우 지켰으나「홈링」에서 보여준 기량은 너무나 기대 밖이어서 실망이 컸다. 김성준은 오는 7월17일 WBC지명선수인 전「챔피언」인「프테디·카스티요」(동급 1위「멕시코」)와 미국이나 한국에서 2차 방어전을 벌일 예정으로 있으나 이날 경기로 보아 전도는 어둡기만 하다.
김성준은 1차 방어전에서 최 경량급 선수로는 너무나「스피드·순발력·유연성」등 이 부족했다. 또「펀치」빈도수가 적은 데다 마치「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이나 물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고「펀치」의 위력도 없었다.
김성준 측에서는 체중조절에서 곤욕을 치러 이같이 부진한 경기를 벌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김성준은 경기전날 체중이 2㎏가량 초과,「사우나·도크」에 들어가는 등 고심 끝에 한계체중(48·9㎏)을 겨우 지켰다.
그러나「챔피언」으로서 이같이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은「매니저」측과 선수간의 불협화음에서 오는 훈련부족으로「복싱」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한편「멜린데스」측은 이날 판정결과에 불복, 한때「링」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하는 등 귀국하는 대로 WBC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김성준은 2차 방어전을「멜린데스」와 또다시 벌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김성준의「롱런」여부는 우선 주변의 잡음을 일소하고 부단한 연습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링」계의 중론이다. 김성준은 아직까지 거리의 불우한 청소년들의 우상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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