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기자의 발로 뛰는 브라질] 골 넣든 못 넣든 "네이마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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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행정수도 브라질리아는 왠지 브라질 같지 않다. 도시를 건설할 당시 대통령인 주셀리노 쿠비체크(1902~76)의 이름을 딴 공항은 밝고 세련됐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사우바도르의 낡고 어두운 공항과 비교됐다. 비행기 모양으로 설계된 브라질리아 시내는 잘 정돈돼 있었지만 셔틀버스로 30분쯤 달리자 지루해졌다. 자유분방한 브라질 특유의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버스에서 만난 사우바자르(56)가 말했다. “그래도 축구가 있잖아!” 그는 마네 가힌샤 국립경기장을 가리켰다. 그들은 축구장에서 자유를 느끼고 열정을 뿜어낸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웠던 브라질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이 2012년 다시 지휘봉을 잡은 뒤 조직력이 강화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A조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의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크로아티아와 첫 경기에서 논란이 된 페널티킥 판정 덕분에 힘겹게 이겼고, 멕시코와는 득점 없이 비겼다. 현지 기자들은 “브라질답지 않게 수비적이다. 지루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브라질에 브라질다운 선수가 탄생했다.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다. 그는 24일(한국시간) 마네 가힌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몰아넣으며 4-1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17분 구스타부(27·볼프스부르크)의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로 돌려놨다. 전반 35분엔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이 터졌다.

 경기장에 모인 6만9112명의 팬들은 내용과 상관 없이 “네이마르~, 네이마르~”를 연호했다. 신이 난 네이마르는 화려한 발재간으로 화답했다. ‘마르세유 룰렛’과 ‘사포(두 발로 공을 잡아 올려 상대를 따돌리는 기술)’ 등을 선보였다. 후반 26분 윌리앙(26·첼시)과 교체돼 나올 때는 기립박수가 터졌다. MOM(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네이마르는 엉뚱한 모습(사진)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발목에 테이핑을 한 채 맨발로 걸어왔다. 머리엔 힙합 스타일의 모자를 썼다. 공동취재구역에도 멋을 부린 채 맨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 귀고리에 헤드폰을 썼다.

 축구를 할 땐 완숙한 천재 같지만 그라운드 밖의 네이마르는 소년티를 다 벗지 못했다. 발언도 톡톡 튀었다. 그는 “월드컵에서 뛰고 싶은 내 꿈이 이뤄졌다.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대회를 즐기고 있다”며 천진하게 말했다. 대회 세 경기 만에 첫 골을 넣은 동료 공격수 프레드(31·플루미넨세)에 대해서는 “그는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다.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을 ‘닥치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네이마르가 두 골을 터뜨리자 단정한 브라질리아가 뒤흔들렸다.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함성이 멈추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은 다시 한번 우승할 수 있을까. 또 네이마르는 펠레가 될 수 있을까. 브라질 최대 언론사인 글로부의 마르틴 기자는 “ 네이마르는 ‘새로운 브라질’에 어울리는 신세대 축구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리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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