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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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세기초를 고비로 세계사의 주무대로부터 일단 자취를 감추었던 서남 「아시아」가 다시금 강대국 권력정치의 격돌장으로 불붙고 있다. 「이란」혁명과 「이란」「터키」「파키스탄」의 CENTO (중앙조약기구) 탈퇴 및 「아프가니스탄」의 회구도 반란등이 유발한 소·중공간의 각축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서남 「아시아」제국의 회교혁명과 탈미정책및 그에 따른 소·중공의 개입경쟁은 이 지역의 오랜 세력균형관계를 깨뜨림과 아울러 그 「힘의 공백」지대를 에워싼 새로운 국제적 귄력투쟁을 유발하고 있다.
이 내부혼란과 그 국제적 파장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의 전략 「밸런스」가 좌우될 것이며 그 귀추는 다시 이 지역 해상교통로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다.
과거 「파키스탄」과 「이란」「터키」는 열렬한 친미·반소국가였는데 최근에 이르러 이들이 모두 CENTO를 탈퇴하여 오랜 미국과의 밀착으로부터 벗어났다.
이어서 이들 각국은 소·중공과 비적대적 관계를 회복해 나가면서 비동맹노선과 전방위외교를 지향해 나가는듯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들 각국의 내정은 어디까지나 회교신앙에 바탕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하게 지배하는 체제라서 공산주의적이거나 친소적인 것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차 「아프가니스탄」에서는 73년 이래 친소적 좌익정권이 들어서서 인도양방면으로 진출해 나가려는 소련의 남진공책이 강력한 교두보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다우드」정권과 현「타라키」정권은 공산주의를 자처하지는 않으면서도 친소주의를 선명히 부각하여 소련과의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는 한편으로 6천명의 소련고문관을 받아들여 명실공히 「크렘린」위성국으로 화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크렘린」의 동향은 미국과 중공에겐 여간 큰 위협이 아니었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의 바로 북쪽 지역이 친소 기지화 한다는것은 서방측 자원수송로엔 비수를 들이대는 격이 되고 중공엔 남방으로부터의 포위망 압축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소련은 이미 「인도차이나」우도를 확고히 장악하다시피 했고 일본 배방도서엔 대규모의 군사기지를 신축하는 등 서대평양일대에 강력한 군사력을 진을시키고 있던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회구도들이 대규모 무장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미국과 중공에 절호의「롤·백」기회를 제공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이란」의 화교혁명이 소련의 이탄이 되고 미국의 손실이 되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루어 흥미를 끈다.
지금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회교도들온 좌익 중앙정부에 육박해 들어가면서「이란」·「파키스탄」형의「이슬람」국가건설을 호언하고 있다하며, 그 배후에는 인접「이슬람」국가와 중공의 공공연한 지원이 작용하그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사태는 「아시아」·북「아프리카」일대에서 민족주의적 회교정치세력이 하나의 강력한 국내외적 체제도 전세력으로 대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시아」전역이 가면 갈수록 소·중공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휘말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도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나라의 일이라 해서 방심하지 말고, 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아시아」속의 한반도』와 『중·소 격돌기의 한우도』를 예의 관찰하고 예측해야만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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