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황」에 맞춘 현실적타결 국회개원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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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대국회가 개원전야에 돌풍을 만나 이틀간 방황했다. 국회의장의 선출문제를 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해서 원구성을 제때에 못한것은 30년의정사상 처음있는 일.
유정회소속 백두진의원의 국회의장 선출을 반대한 신민당이 당초「퇴장반대」 방침에서 후퇴함으로써 정상을 되찾기는했으나 이유야 어떻든 투표방법에까지 여당이 관여한 바람직하지못한 기록이 하나 생겼다.
또 이번 「개원파동」은 10대국회의 한계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지않다.
공동소집요구때까지의 여야 「밀월」이 개원하루전에 「적대」관계로 돌변했다가 「절충」→「결렬」→「타협」등의 과정을 겪어 상처뿐인 국회의장이 탄생됐다.

<신민의총 또한차례소란>
○…16일에 이어 17일에도 2시간30분 동안이나 질긴 말싸움을 벌인 신민당의원총회는 백두진씨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행동통일을 기하기 위해시간여유를 갖자는 다수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이철승대표와 송원영총무가 무리하게 토론을 종결,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다 큰소란이 벌어졌다.
회의가 끝날 무렵 김은하·노승환의원등이 『이렇게 무리하게 끌고 가다간 행동통일을 기할수없을것』이라며 일단 정회하고 대화의 계속을 주장했으나 송총무가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하여 의원들이 크게 반발.
이대표는 『얘기는 어제로 끝났음 이래도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사람은 당헌·당규를 거역하는 것으로 더이상 어쩔수 없다』고 했고 송총무도 『회의는 다시 할 시간이 없다. 총무로서 행동통일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산회를 선포했으나의원들이 들고일어나 불복을 선언.
이날 회의에서 오고간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박용만의원-원래 당론은 퇴장하는 것이다. 나는 엄연히 살아있는 이 당론에 따르겠다.
△정해영·최형우의원-사과문도 공화당이 원구성지연에 책임있다는 것이 아니고 유감정도로만 돼있고 사과도 아니고 해명인데 이걸론 안된다.
△송원영총무-공화당이 죽을죄를 졌다는 강서를 받아오란 말인가.
△박해충-나가든 들어가든 행동통일이 문제다.
△황낙주의원-백지투표는 기권인데 반대하면 반대투표를 해야할 것 아닌가.
△송원영총무-누구라도 장난할까봐 기표소에 안들어가는 것이다.
△정재원·황병우의원-최고위원들만 앉아있고 소속의원들은 총퇴장하는게 어떤가.
△이민우의원-공화당에 굴복해 끌려가는게 옳단말인가. 양심에 다 있는걸 뭐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나. 당론은 퇴장이다.
△허경만의원-국민들은들어가싸우는것을 원한다.
△유치송의원-행동통일이 안되면 당운영이어렵다.
○…이보다 바로앞서 열린 신민당 최고위에서도 여당측의 사과성명문안 내용때문에 한때진통.
이날상오 여야대변인이 작성한 문안을 한영수신민당대변인이 최고위에 보고하자 이충환최고위원이 『다소 미진하다』고 퇴짜를 놓아 당초 『당의 일부발언이 오해를 빚었다면 본의가 아니고 유감된 것』이라는 문장안에『야당에 대해 위협이나 모욕적 인상을 준듯한오해』라는 글귀를 추가키로했다.
재합의된 문안에 대해서도 일부 최고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철승대표가 『이만하면 신민당의 부대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이를 접수.

<여측의 「마지노」선에 걸려>
○…신민당이 의원총회·원내대책위등 회의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퇴장반대방침이 16일 열린 의총에서 사실상 뒤엎인 것은 여당이 구축한「마지노」선을 뚫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15일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의총에 사실상 뒤엎인 것은 여당이 구축한「마지노」선을 뚫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15일밤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야총무회담에서 여당측은 『「퇴장」이나 「불참」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움직일수 없는 방침이며 16일 이후에 더이상 만날 필요도 없다』는 「최후통첩」을 제시했다는 후문.
이같은 여당의 경색된 입장에는 「말못할 사정」도 있다는 것을 감지한 송원영신민당총무가 여당과의 협상에 한게가 있음을 판단하고 후퇴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문최고위원은 16일 의총에서 『여당권도 고위층과 관련된 일이라 박준규당의장서리나 현오봉총무선에서는 어쩔수없다고 하더라』며 송총무의 고충을 알아줘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송총무는 『여야대치상태를 계속 끌고 감으로써 당의 입장이 좋아지고 체면이 설수있다면 두달·석달이라도 끌어보겠지만 상황으로 보아 끌면 끌수록 망신만 더해 갈 것같이 십자가를 지기로 결심했다』고 설명.
특히 의원들에게 외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등 압박이 가해지고 있어 「제한된 상황」속에서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반대 방법 결정을 최고위와 총무에게 일임키로한 16일하오 의원총회에서 이 방법을 주장한 사람은 이충환 김수한 이택돈 최형우 김윤덕 오홍석 조세형 김제만 황병우의원등 주로 이철승대표계와 이충환계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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