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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S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달러」화는 아직도 인기가 없다. 동경의 「호텔」에선 5백「달러」를 한계로, 그 이상은 「엔」화로 바꾸어 주지도 않는다. 「유럽」의 「호텔」들도 「달러」로 숙박비를 물랴치면 벌써 얼굴빚이 달라진다. 게다가 옷돈까지 얹어받는다. 차라리 환전소에서 그나라 화폐로 미리 바꾸어 두었다가 주는편이 유리하다.
여행자가 서독의 「마르크」화를 휴대하면 어딜가나 대접 (?)을 받는다. 그 하나를 미루어 보아도 미국의 위신은 짐작이 된다.
미국안에서도 「달러」는 그다지 신용이 없다. 미국시민들 가운데 저축을 하는 사람은 불과 4%뿐이라는 최근의 통계가 있었다.
몇년전만해도 미국인의 20%는 저축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요즘은 쌈지돈을 갖고 있어봐야 하루가 멀게 그값이 떨어지니 저축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유럽」의 여러나라는 이런 상황속에서 기어이 결단을 내렸다. EMS로 불리는 「유럽」통화제도를 창설한 것이다. EMS는 「유러피언·머니터리·시스템」의 약자.
작년말 「브뤼셀」에서 열렸던 「유럽」 정상회담에서 그 창설이 합의되었었다. 당초엔 EEC가맹국(9개국)가운데 서독 「프랑스」「덴마크」「베네룩스」3개국이 참여해 금년 정월2일부터 실시키로 했었다. 예정보다 3개월이나 늦어진 것은 참여국을 늘리는 문제로 의견조정을 할 필요때문이었다.
결국 「이탈리아」 「에이레」도 참여해 모두 8개국이 EMS권을 형성했다. 서독의 「슈미트」수상은 그것을『통화안정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목적은 물론 「달러」화의 불안정으로부터 초연하려는데에 있다.「유럽」의 교역은 주로 「유럽」제국 사이에 이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대금의 결제는 이제까지 「달러」로 해 왔다. 따라서 「달러」화의 값이 자꾸만 떨어지자 「유럽」 교역국은 날벼락을 맞은 격이었다.
EMS약정에 따르면 참가국은 외화보유고의 20%를 기금으로 내놓게 되었다. 그 합계는 3백20억「달러」. 그러나 이 기금의 평가자체도 「달러」나 「마르크」 혹은 「프랑」화 아닌 「ECU」라는 새로운 통화체제로 한다. ECU는 「유러피언·커런시·유니트」의 약칭. 이른바 「유럽」 단일통화의 창출이다.
이것은 「달러」화에 대한 「유럽」의 자구수단이란 점에서 뜻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유럽」의 정치적 통합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다원체제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미국이 서방세계의 후견인이던 시대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런것이 우리에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이 음미해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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