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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신종 담배, 국민건강도 사각지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기존의 담배 이상으로 애연가의 건강에 해로운 플룸(ploom)·물담배·무연담배 등 신종 담배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 대신 전자담배나 머금는 담배를 대신 피우는 사람이 늘면서 신종 담배들의 등장으로 금연운동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플룸은 일회용 캡슐을 사용하는 ‘캡슐 담배’. 일회용 캡슐에 든 실제 담뱃잎을 가열, 증기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다. 충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자담배와 닮았으나 액상 니코틴이 아닌 캡슐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플룸 기기는 4만원, 한 팩에 12개의 캡슐로 구성된 캡슐 팩은 4500원에 판매된다. 플룸도 담뱃잎 성분과 니코틴이 함유된 담배지만 기존 담배와는 달리 캡슐 포장에 타르·니코틴 함량이 표시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무연담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수입·판매되기 시작했다. 손톱만 한 크기의 티백 안에 담뱃잎 성분이 들어 있다. 윗입술 아래에 30분 이상 끼워 니코틴을 흡수한다. 간접흡연과 무관하고 실내에서 피울 수 있으며 기존 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무연담배엔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가공육의 100배 이상 함유돼 무연담배 사용자는 비(非)사용자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두 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미국암협회는 무연담배를 매일 피우는 사람 4명 중 3명에서 구강질환이 발생하고 계속 사용할 경우 구강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로·홍대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거리엔 물담배 카페가 생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담배가 일반 담배와 똑같이 해롭고 30분 이상 오래 흡연하는 특성상 오히려 유해연기는 일반 담배의 100~200배나 더 마시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자담배는 2003년에 처음 개발된 뒤 국내에서 급속도로 보급됐다. 교환식 카트리지에 든 니코틴 포함 용액을 수증기 상태로 흡입하는 담배다. 일부 전자담배 업체는 기존 담배에 함유된 타르·페놀 등 4000여 가지 독성물질과 발암물질이 자사(自社) 제품엔 없다고 홍보한다. 지난해 9월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엔 전자담배가 니코틴 패치만큼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뉴질랜드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니코틴 패치를 사용한 흡연자(292명)는 41%,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292명)은 57%가 흡연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우려하는 기관과 전문가도 많다.

미국 뉴욕시는 4월부터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카고도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해 12월 전자담배 광고를 금지하고 청소년에겐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동국대 약학과 권경희 교수는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는 달리 증기에 의한 영향, 안정성,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금연 효과 등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유형의 제품들이 유통되고 제품의 품질이 천차만별인 데다 기기를 구입한 뒤 다양한 카트리지 용액을 교환해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성을 확인하기도 힘들다.

신종 담배 관련 규제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4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엔 파이프담배, 엽궐련(시가), 각련(직접 말아 피울 수 있게 한 담배), 씹는담배(껌처럼 씹게 한 담배), 냄새 맡는 담배, 물담배, 머금는 담배(구강담배)에도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올 안에 공포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행안의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명예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엔 무연담배·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유해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다”며 “식품의약국(FDA)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검증하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신종 담배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머금는 담배와 씹는 담배는 기존 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적어 폐암 유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나 구강암 위험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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