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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송철호씨가 잡은 초조한 현장들|불안에 떨며 철수 서두르는 이란 교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해 10월 「이란」에 취업했다가 지난 2일 가까스로 귀국한 현대 건설 기능공 송철호씨 (31·서울 용산구 후암동)가 한국 기술자들의 철수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필름」과 악몽과도 같았던 고생담을 6일 공개했다.
송씨는 「반다라바소」항 건설 작업에 참여했으나 도착 때부터 「이란」 국내 사정이 불안, 국내선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버스로 32시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부식사 정도 좋지 않아 구정인 지난 1월28일에도 죽을 쑤어 먹었고 가족과의 서신도 끊겼고 12월 중순부터는 작업을 중단한 채 숙소에서 철수만을 기다리며 무서움에 떨었다.
대기 1개월만인 1월29일 아침 철수에 나서 동료 6백25명과 함께 소형 화물 운반선을 타고 나가 외항에 경박중인 현대 소속 작업선인 준설선에 탔다.
선상은 여객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갑판위에 머무를 준비가 안돼 주먹밥을 해먹고 담요를 덮고 떨며 이틀을 보냈다. 이틀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31일 상오 「바레인」에 도착, 입국 절차를 밟은 뒤 처음 점심다운 점심을 먹고 휴식을 가진 후 KAL 823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송씨는 현대의 「쿠지스탄」 현장은 철수 도중 교통 사고를 당하는 등 위험을 안고 있었다며 새 생활의 꿈을 안고 출국했다가 쓸쓸히 귀국하는 이들의 안전하고 따뜻한 철수 대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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