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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잠실 가지맙시다』-.「택시」운전사들 사이에 사발통문이 돌았다.「운전사식당」에격문이 나붙었다.
지난해 7월중순부터 8월까지 한달동안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계속된 「택시」운전사와 잠실「아파트」주민들사이의「택시」전쟁얘기.
「택시」합승요금 5백원이 비싸다고 운전사들을 고발한 이「아파트」촌의 일부 알뜰주부들의 선전포고는「잠실손님안태우기」연합전선을 편 운전사들의 승리로 끝났다.
주민들이『5백원을 받아도 고발치 않겠다』는 각서를 「택시」회사에 내고서야 운전사들은 잠실운행을 재개했다.
서울의 육로관문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택시」승차난의 표본전시장.
손님골라태우기·부당요금징수·승차거부등등….

<먼저탄 손님들이 호객>
이미 2∼3명의 승객을 태운 「택시」가표시등을 켠채 손님을 꼴라 태운다. 운전사는 콧노래를 부르고 먼저탄승객이 행선지를 외쳐댄다.
요금은 시내까지 l인당 l천원. 보통 합승요금의 2배.「택시」잡기에 지친 승객들은 요금은둘째고 그저 잡아탄게 다행일뿐이다.
「택시」운전사의 횡포는 승차인구가 늘어나는데 비해 증차가 뒤따르지 못해「택시」의 절대수가 모자라는대다 1일 입금제에 따라 무리한 운행을 해서라도 일당을벌어야 하는데서빚어진다.
1월말현재 서울의「택시」승차인구는 하루평균 1천2백50만명(전체교통인구1천2백50만명의 20%)으로 지난해 1월의 1백99만명 (전채대비19%)보다 51만명이 늘어났다 (KIST조사).
출퇴근시간의「택시」승차인구도 지난해1월 49만명에서 54만6천명(11.4%증가)으로 5만6천명이 늘어났다.
이같이「택시」승차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도「택시」증차는 억제되고있다.
교통부는 올해「택시」증차계획대수를 지난해보다 3천2백49대나 줄여 9천2백97대로 정했다.
이에따라 서울시도 올해 5천대를 늘리려던 「택시」증차계획을 다시 줄여잡기로 했다.
운전사들의 박봉도 변칙운행의 큰요인.「택시」운전사의 하루 납입금은 3만4천원(입금1만9천윈, 휘발유값8천원, 일당7천원) .
승객골라태우기·합승등 변칙운행을 하지않고 이 수입을 올리자면 하루 4백56.6km(승객승차거리 3백87.7km, 공차운행거리 68.9km)를 뛰어야 한다.

<3백10원 버는데 26분>
그러나 서울에서는 극심한교통체증(「택시」지체도 25%)때문에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백km밖에 되지않는다.
하루 납입금에다 1만여원을 더 벌기위해서는 시간당 3천여원의 수입을 올려야 하며 10분에 5백원을 벌어야하는 셈. 그러나 을지로6가에서 서울시청까지 2.8km를 뛰는데 26분 걸리고 「미터」요금은 3백10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운전사들이 시내 중심가 운행을 꺼려 승차거부를 하고 합승을 하거나손님골라태우기·부당요금징수등 변칙운행을 하게된다고「택시」노조 관계자는 설명한다.
『박봉과 고된 일이 운전사들을 거칠게 만들고 사회적 냉대때문에 걸핏하면 맞서 싸우려는 운전사들이 많지요.』운전사 P씨는 하루 16시간을 뛰며 횡포운전사라는 욕을 먹고도 월수입이 20만원선을 밑돌며 10년이상을 일하고도 집한간 마련할 수 없다는불평이다.
P씨는 고향인 지방도시에서 대학을 나온학사운전사-.

<구인난도 횡포의 요인>
고된 일과 박봉 못잖게 견디기 힘든것은운전사를 깔보는 사회적 냉대라고 했다.『운전사가 기사로 불려진다고 해서 운전직을 천시하는 풍조가 사라진것이 아닙니다.』P씨는 사업하는 친척집에서 자가용을 몰아 가정부장보기 심부름까지 해야하는 냉대에 울화통이 터져 2년전 영업용 「핸들」을 잡았으나 운전직에 장래가 없어올해는 다른 직장을 구할 작정이다.
「택시』운전사들의 생계가 어렵고 운전직에 대한 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최윤규교수(국제대)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조사에 따르면 서울「택시」운전사의 경우 펑균가족수는 5명이고 62%가 단간방에서 살고 있다. 운전사들의 89.9%가 운전직은 고되며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여겨 37%가 전직을 바라고 있다.
운전사들의 교육수준은 낮은편은 아니다. 고교졸업·대학중퇴가 32.7%나 되며 국졸이하14.9%, 중졸·고중퇴가 절반선인 51.2%, 대졸1.2%다.
전직은 상업 14.1%,군인 9.2%,공무원 4.9%,광공업 1.4%, 운송·「서비스업」0.7%. 기타(실업자)69%.
대부분이 다른직업은 구하기 힘들고 취업하기가 쉬워서 (57%)「택시」운전사를 택했다.
「택시」운전사의 구인난도 횡포운행의 요인이 되고있다.
전국의「택시」운전사는 지난해말현재 6만8천9백60명 (일반5만4천2백53명·개인1만4천7백7명).「택시」대수는 4만8천2백50대 (일반3만3천5백43대·개인1만4천7백7대)로 정상운행을 위한 적정인원(대당2.2명)10만6천1백50명보다 3만7천1백90명이나 부족하다.
「택시」운전사의 부족현상은 취업율이 낮기 때문(서울의 경우 1종보통면허소지자의 23%만이「택시」회사에 취업하고 있다.
이는「택시」회사의 운영방식이 운수업자·차주·운전사등 3종구조로 형성돼 소속감이 없는데다 1일도급제로 고정직같은 생각이 안들기 때문.
그래서「택시」운전사의 64.6%가 사장·차주에 대해『자기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고 평균근속연수가 1년4개월 정도로 짧다.
한국교통학회 박동언회장은『「버스」등 대중교통 수단을 늘리고「서비스」를 개선해「택시」승차인구를 줄여「택시」의 횡포운전을 막아야한다』고 처방했다.<김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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