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하는 「정-경분리」|있어야 했던 한국과의 「사전협의」 북한을 점차로 인정하려는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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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설)미·중공수교, 남북한대화 움직임등 최근의 국제정세가 크게 유동하고있는 틈을 타서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일본의 대한반도정책은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는 한국이고 한국은 한편이며 북한은 적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정치교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반도안정은 바로 일본의 평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완화를위해 일본도 한국편을 들어 한몫 거들겠다는 것이 기본원칙이었다.
이같은 원칙이 일본사회당의 북한노동당간부초청을 계기로 크게 흔들리고있다.
법질서를 가장 중시해야 할 법상이 『일본의 외교문제에 대해 한국이 주문을 하는것은 곤란하다. 일본은 한국의 속국이 아니다』 라는 매우비약적인 말을하고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이 북한의 당국자및 당의 주요인물에대해 일본입국을 불허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정세에 맞지않는다』고 말해 북한을 점차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후루이·요시미」(고정희실) 법상의 말이 곧 일본정부를 대변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는 「소노다·스나오」(원전직) 외상도 뜻을 같이하고 있고 이미 북한노동당 대표의 일본입국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도록 사무당국에 지시까지 하고있어 이제부터는 대북한외교에 한국을 지나치게 의식하지는않겠다는 결의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한국에 과잉 「서비스」를 해왔다』는 발언은 참으로 엉뚱하다. 「후루이」법상은 일·중공국교정상화를 위해 한몫을 해온 경력을 갖고있다. 그가 말하는 국제정세변화는 일·중공및 미·중공국교정상화다.
국제간에는 우방도, 적도 없기 때문에 북한과도 우호관계를 맺어야한다는 발상이다. 「오오히라」 수상은 30일하오 이철승신민당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후루이」 법상의 말이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뜻인지 아닌지 명백히 밝히지않았다.
『일본이 북한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깨뜨리는것이다.
일본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한몫 거든다는것은 바로 소련·중공이 한국에대해 문을 열도록 종용하고 그것이 실현된후 미일도 북한과 교류하는것』이라는 이대표의 말에 대해 『과연 그것도 그렇군요』라는 식으로만 얼버무렸다.
법무성의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북한당직자에 대해서는 직책을 바꾸어도 일본입국이 허가되지않았다.
이번에 대표단자격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벚꽃구경을위해 오겠다는 식으로 입국을 신청하면 이는 인정될지도 모르겠다』고 「후루이」 법상의 발언을 일단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노다」외상의 그동안의 발언추세, 「후루이」 법상의 이번 발언등을 미루어보아 일본정부의 한반도정책은점차 정경 분리에서 북한인정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있음을 엿볼수 있다.
일본이 「북한금기」 를 깨는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가를 놓고 우선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정면으로 대립된다.
일본의 의도가 선의라고 해도 한반도의 정치적인균형을 유지하려면 4강에의한 남북한의 교차승인이실현되어야 하고, 교차승인은 교차교류라는과정을 거쳐야 하게마련이다. 이런과정을거치는대로 한국은 일본에 사전협의의 성의를 기대해 왔다. 거기 불쑥튀어 나온 것이 「후루이·쇼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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