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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학대의 방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규하 국무총리는 일전에「세계아동의 해에 즈음하여 정부당국과 국민의 일치된 배려와 노력이 있기를 당부했다.
이에 마라 어린이 복리증진을 위한 갖가지 행사와 사업이 관민협동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어린이 인권옹호를 고취하기 위한 『아동학대신고「센터」』란 것이 설치되리란 소식이다.
이 기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부설 사회봉사안내소에 설치되어 각종 아동학대신고사항을 접수, 이를 「카운슬링」이나 유관기관이첩 등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하리란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라고 하면 법적인 개념규정도 있을 수 있고 사회통념적인 개념규정도 있을 수 있다. 또 한계설정에 있어서도 광의적인 것과 협의적인 것이 있을 수 있다.
법적인 개념으로서는 아동복리법 15조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직업안정법 등 여러 가지 법규상의 금지행위에 저촉되는 행위가 다 아동학대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이러한 법규상 위법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동학대 금지의 초보적인 형태라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동에 대한 신체상의 학대와 물리적인 가학행위가 가장 전형적인 학대행위로서 금지·시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 나라의 통계는 어떤지 불분명하지만, 외국의 경우 매년 어른들의 구타행위로 사망하는 아동의 숫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은 십분 참작할 만 하다.
비교육적인 가학성 구타행위뿐 아니라, 고의적인 걸식강요, 유기행위 강요, 미성년자 음행강요 같은 것도 마찬가지 학대행위로 시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생각하기에 따라 직접적인 가학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이용 식품을 부주의하게 잘못 만들어 그들의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게 하는 행위, 겉만 번지르르한 장난감을 엉터리로 만들어 순진한 동심에 환멸을 안겨주는 악덕상혼, 저속하고 비속한 폭력만화를 양산해 동심을 거칠게 만드는 소치 또한 간접적인 아동학대행위로 경고 받아야 할 것이다.
장난감 대포알을 입에 넣었다가 숨이 막혀 숨진 어린이의 경우는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의 경우엔 작년 초 3개월 사이에 25명의 4세 이하 어린이가 소형 장난감을 집어삼킨 탓에 사망했다고 해서 연방정부가 서둘러 금지법규를 입안한 일이 있었다.
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소아병에 대한 예방조처가 완벽하지 못해 간접적인 아동학대가 사전방지 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도 각별한 주의가 환기되어야 하겠다.
제3세계 지역에선 매년 5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면역조치 부비 때문에 사망한다는 통계이고, 약 1천만명의 어린이가 설사 샅아 남는다 하더라도 불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보면 오늘날에 있어서의 어린이 불행의 요인은 비단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가학행위뿐 아니라 어린이에 위험한 환경이 일상적으로 존재하고, 또 어린이 문제에 대한 성인들의 무관심에도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겠다. 77년의 중공 핵실험 낙진 때문에 약1백명에서3백명 사이의 미국유아가 사망했다고 「피츠버그」 대학의 어떤 교수는 주장하지 않았던가.
결국 아동학대를 지양하는 근본대책은 어린이를 희생시키지 않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환경」을 만드는데 있음을 먼저 인식해야 하겠다.
『아동학대신고「센터」』의 시민계도적인 기능발휘에 커다란 기대를 걸어보면서 모든 어른들의 자발적인 시민윤리 발양을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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