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흘러내리자 19시간동안 터널 안 떠나|현장 30m 밖에서 통근열차 급정거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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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괴곡「터널」붕괴 사고 당일 한 철도 선로원의 철저한 사명감과 기지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드는 통근열차를 급정거시켜 또 다른 열차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대전지방 철도청 흑석리 선로반원 이명동씨(30·충남대덕군기성면흑석리428).
이씨는 괴곡「터널」에 이상이 생긴 지난 9일부터 다른 선로반원 4명과 함께「터널」감시원으로 임시 배치돼 있었다.
11일 상오 9시부터「터널」에서는 조금씩「콘크리트」조각과 흙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고 순간까지 19시간 동안 이씨는「터널」을 1백여회나 왕복하면서 살폈다.
12일 상오4시5분쯤 이씨가「터널」을 막 벗어났을 무렵「터널」안에서 『우르릉 꽝』하는 천동과 같은 굉음이 울렸다. 횃불과 손전등을 들고「터널」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터널」한가운데에 두아름은 될만한 큰 바윗덩어리가 놓여있었다.
이어 3m 앞에서 다시『꽝』하는 폭음과 함께 직경 lm쯤 되는 바위가 흙더미와 함께 쏟아졌다.
급히「터널」을 빠져나온 이씨는「터널」남쪽 임시초소에 마련된 비상전화로 인근역인 가수원역을 불러 사고 소식을 전하고 대전역에 열차운행을 중지토록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대전철도청은 임시 선로반을 배치시킨 지난 9일 이후 모든 열차가「터널」을 지날 때는 시속10㎞로 서행할 것을 지시했고 또 이날도 서행으로 통과가 가능하리라고 오판, 상오5시20분에 이천행 제601 통근열차를 출발시켰다.
두 번째의 븡괴현장을 목격한 이씨는 혹시나 601열차가 올지드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근무하고 있던 선로원 한재동씨(30)에게「터널」남쪽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북쪽입구 50m언덕에 올라섰다. 이때가 5시40분께.
약5분이 지났을까, 이씨가 걱정 했던대로 601열차는 사고「터널」을 향해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이씨는 왼손에 손전등, 오른손에 붉은 신호기를 흔들어 열차를 세웠다. 「터널」입구 5백여m 전방에서 급정거한 열차는 그대로「더널」안으로 약50m는 들어가서야 멈췄다. 사고현장과는 불과 30m의 거리. 위기일발에서 5백여명의 승객을 안전하게 구했다.

<대전=박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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