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특별기고|공업화의 이득, 공해가 상쇄할 가능성|『80연대의 세계경제』…루디·볼티<미피처대교수·사회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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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의 가장 중요한 흐름이나 사건들은 이미 10년 전에 희미하게나마 예견되던 것들이었다.
60년대가 끝나갈 즈음 미국과 「유럽」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움트리라는 비밀을 알고 있었던 듯 하며 주요 사회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에 대해 일반적인 낙관론이 팽배해 있었다.
이 기간에 일본은 경제 강국의 대열에 완전히 끼어 들었고 다른「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산업화를 향한 밝은 걸음을 내디뎠다.
농업 분야에서의 녹색혁명은「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저개발국들이 생활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발전의 초기단계를 마련했다.
단지 중공만이 이러한 추세에서 밀려나 있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문화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중공도 고도의 정치적 이념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면서도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은 이러한 산업화의 추세가 자동적으로 확대될 수가 없다는 것을 시사해뒀다. 70년대의 대부분을 통해 공업국들은 잇단 경제불황에 허덕여 왔다.
「에너지」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자 가난한 나라들이 농업분야에서 이룩했던 실적을 유류가격이 흡수해 버리는 듯했다.
일본과 주변의 근대화도상에 있는 동「아시아」국가들은 선진 산업국들이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점점 수입품을 규제하는 보호주의 경향에 직면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종주권을 유지하려던 그릇된 정책의 결과로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는 미국은 국내외 정책의 입안에 있어서 한계가 있음을 완연히 깨닫게 됐다.
더욱 놀라운 일은 여태까지 폐쇄적이던 중공이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중공은 대미관계 개선을 신호 삼아「유럽」·일본·미국과 차례로 경제 및 기술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따라서 최근 10년 동안의 사건들을 놓고 볼때 현재의 상황을 근거로 장래를 전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지만 미래의 정세를 예견하는데는 현재 기정 사실이 되어있는 몇 가지 경향을 고려에 넣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면「에너지」위기는 최근 10년 동안 지배적인 관심사의 하나였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자력은 그에 따르는 위험이 해소되지 않아 조력과 지열을「에너지」원으로 이용해 보려는 창의적 노력이「에너지」정책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에너지」원이 직접적인 만병 통치약이 되지 못할 것임은 물론이며 세계는 상승하는「에너지」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향후 10년간은 공해를 규제하는데 훨씬 더 진지한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공해가 사회에 끼친 해독의 대가가 보다 강력한 정부의 통제아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전가될 것이며 이 곁과 물가는 상승하고 소비수준은 저하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공해에 시달리는 지구의 미래에 보다 좋은 전망을 갖게 할 것이다.
공해는 선진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한국처럼 공업이 발달되고 있는 나라들은 자유로운 경제발전이라는 단기적 이익과, 보다 청결하고 건강한 환경이라는 장기적 이익 사이에 균형을 갖추는데 매우 곤란한「딜래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환경정화를 위한 노력은 물질적 재화의 추구보다는 사회가치의 발전과 응용을 앞세울 것을 전제로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더라도 생활의 질적인 향상에 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실업률이 높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따분한 직업은 가지려 들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일거리에 사람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기보다는 저개발국가에 자기네가 하기 싫은 일거리를 수출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발도상국가들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마련되겠지만 이러한 기회는 신중하게 받아 들여야한다.
그렇지만 저개발국가들의 빈곤에서 벗으려는 노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기회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다. 70년대에 갖가지 경제개발 기록들은 제3세계가 경제적 야심을 늦추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흥미있는 예로서 중공을 들 수 있다. 중공의 현 지도층은 가능한 한 단기간에 국가경제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결의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과의 전면전 같은 주요 장애를 배제한다 하더라도 중공경제가 지도층의 의도처럼 목적을 이룰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공은 실질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게될 것이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중공의 세계 경제 등장은 국가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것은 국가간에 서로 유익한 경제 및 문화유대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80년대 중대한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와 문화적 편협성으로 흐르는 경향은 즉각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유경제의 모든 부문을 유지하려는 선진국에서 그러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지금 막 시작해서 자유경제를 건설하려는 개발도상국들에 상당한 위협으로 부상할 것이다.
70년대는 계획했던 사업의 추진방식을 고통스럽게 조정해야 했는데 이런 경향은 80년대에 더 많이 나타날 것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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