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내강산|한겨울바다속에 「달러」를 가꾼다|황도 김양식장|"난동이 길면 큰일…" 어민들 초조한 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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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생산량의 절반 차지>
『개도 천원짜리만, 물고다닌다』 -. 전남 완도의 1월경기를 두고한 말이다. 김(해태)은 곧 완도군내 l백66개 마을 1만6천여가구 김양식어민의 「달러·박스」. 전국 생산량의 57%이상을 차지하는 완도군의 올해 김생산목표량은 1천1백만묶음(속).
한묶음에 3천원씩 줄잡아 3백억원의 소득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난동과 가뭄으로 전례없는 흉작이 예상된다고 현지 어민들은 울상이다. 요즘 어민들이 따올리는 김은 하루 8만∼9만묶음으로 11일 현재까지 2백60만묶음을 겨우 생산했고, 이상난동이 앞으로 l주일이상 간다면 3백만묶음 이상을 더 생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완도군 어협당국은 우려하고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생산목표량의 절반으로, 80년내 최악의 흉작이라는 지난해와 맞먹는 생산량이 된다.

<제대로 안자라고 잎도변색>
원래 김은 한대성 해조류로서 가강 알맞은 해수온도는 5∼8도. 2∼4m깊이의 바다에서 이같은 온도가 유지될때 김은 포자부착이 활발해지고 엽체생장율도 활발하며, 청태등 이물질이끼지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11월중순 대발을 바다에 세우는 건흥작업을 할 때부터 겨울답지않은 따뜻한 날씨로 평군15도의 해수온도가 계속되면서 김 업체가 회색 또는 누런색으로 변색되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갯병이라고 부르는 이같은 현상은 날씨만 정상적인 겨울로 돌아오면 회복될수 있다고 어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김은 또 영양염류가 풍부한 묽은염도의 해수를 섭취할 때 잘 자란다. 그래서 김성장기에는 적당한 눈이나 비가 와야하는데도 올해는 계속된 가뭄으로 성장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고 어협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완도김은 「아미노」산인 「시스틴」과 탄수화물인「만닛」등이 풍부해서 식욕을 돋우는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예부터 우리의 식탁에 올라 총애를 받아왔다. 기록에 따르면 김양식은 2백여년전 완도에서 시작되었고, 그래서 강진과 더불어 이곳은 김의 주산지로 되어왔다.

<겨울철의 「비타민」공급원>
김의 영양가는 단백질이 40%로 제일 많고, 당분 29%, 「칼슘」1백11㎎%, 「비타민」A 2만2천IU, 「비타민」B 0·28㎎%, 「비타민」C 5㎎%, 인 35㎎%등인데 김속의 단백질은 특히 소화흡수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처럼 김에는「비타민」이 풍부해서 푸른 채소가 적은 겨울에는 「비타민」공급원으로 중요한 구실을 하고있다. 김 한장에는 달걀 2개분의「비타민」A가 함유되어 있다.
이처럼 영양가가 많은 김은 8·15전까지만해도 일본인들이 대부분을 소비했고, 60년대까지도80%이상을 수출했다. 일본이 김양식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수입량을 대폭 줄이자 완도김도 국내시강에서 판로를 찾지않을 수 없었다.
수출의 길이 막히면서 74년에는 한묶음에 5백원까지값이 떨어졌지만 국내수요가 차차 늘어 지난 여름에는 7천∼8천원을 홋가하기도 했다. 생산기인 요즘도 최상급품이 3천7백원, 중품은 2천5백원으로 지난해의 두배에 거래되고 있다. 1천1백만묶음을 생산, 호당 평균소득 2백만원을 바라는 완도군어민들의 꿈이 기후조건에 걸려 앞으로 1주일을 고비로 남겨놓고 있다.

<한장한장 정성쏟는 예술품>
1천원권이 풍성해진다는 1월을 위해 이곳 어민들은 생육기간인 50여일간 바다에서 살아야하고 하늘을 쳐다보아야 한다. 적당한 수심이라야하고 반드시 겨울이라야만 재배가 가능한 김양식은 한해를 정성들여야 하는 사업이다. 포자는 자연산을 손으로 채취하고 낱장을 뜰때는 한지(한지)를 뜨듯 한장한장 손으로 매만지고 말려야하는 예술작품에 가까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수산당국은 이같은 원시적인 노동집약적 생산방식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법으로 개선하고 임해공업단지등에 의한 해수오염을 이겨낼 수 있는 심해양식법을 개발한다지만 아직 실현시기는 미지수. 겨울 바닷물에 살면서 한해를 가꾸어온 올해 김이 헛일이 되지않도록 앞으로 l주일안에 좋은 날씨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이곳 어민들의 소망은 간절하다.
글 황영철 기자
사진 김길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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