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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코레아姓氏 시조"는 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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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6~17세기 서양 미술사를 빛낸 화가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란 그림이 있다. 이를 소장하고 있는 미국 게티미술관의 최근 도록에선 '조선 남자'로 명명했다.

아직 서양 미술사학계에선 그림 속 주인공이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까지는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안토니오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산대 사학과의 곽차섭(47.사진) 교수는 한국.일본.유럽.미국 등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그림 속 인물이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얼굴 모습과 복식을 고증했고 여기에 안토니오 코레아에 대한 사료적 검토를 거친 결과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끌려갔다 당시 일본에 와있던 이탈리아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를 따라 로마로 건너가 안토니오 코레아란 이름으로 살았다. 안토니오 코레아에 관한 기록은 카를레티가 남긴 '나의 세계일주기'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그림 속 주인공에 대한 관심의 폭만큼이나 그를 둘러싼 근거가 빈약한 추측도 함께 재생산되었다고 곽교수는 비판했다. 비판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카를레티의 '나의 세계일주기'에 나온 초보적 사실조차 잘못 알려져 카를레티가 상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제나 신부로 둔갑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곽교수 비판의 정점은 안토니오 코레아가 이탈리아 코레아 성씨(姓氏)의 시조로 까지 강변되고 있다는 데 모아진다. 이탈리아 남부의 알비(Albi)라는 작은 마을에 2백여명 거주하는 코레아 성씨가 안토니오 코레아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 곽교수의 주장이다.

"알비 마을이 위치한 칼라브리아 지방은 이탈리아 남부 지역이 대체로 그렇듯이 일찍부터 그리스의 영향 아래 있었던 곳으로서, 그곳의 코레아 성씨는 내가 조사한 자료로 판단할 때 안토니오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어 '코레아스'에서 유래한 것일 개연성이 훨씬 더 높다."

루벤스가 안토니오 코레아를 모델로 쓴 이유에 대해 곽교수는 "기독교가 모든 세계에 다 퍼져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동방세계를 포함해 다양한 이국적 소재를 그린 것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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