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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9대 대통령의 취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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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은 27일 제9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지난 61년 5·16혁명 이래의 나라의 조타수로서 근의 국가에 대한 봉사를 84년까지 계속하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역사상 미증유의 성장과 탈바꿈을 이룩한 시기에 이 나라를 이끌어 왔다.
한 민족이 지닌 잠재력을 역사발전의 「에너지」로 폭발시키는 것은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이러한 막중한 지도자 역할을 박 대통령은 극대로 발휘해 왔다. 민족의 다행이요, 조국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오는 6년도 이 발전의「에너지」를 지속시켜 우리 역사상 길이 기억될 기간이 되도록 국민적 전진과 웅비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80연대에 고도산업국가, 풍요와 번영 속에서 인정과 의리가 넘치는 복지사회의 이룩』을 다짐한바 있다. 확실히 이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사회개발이 중시되어야 할 때다.
경제성장의 궁극적 목표는 온 국민이 풍요하게 잘 살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려면 나눌 수 있는 국민경제의 덩어리 자체를 우선 키워야 하기 때문에 복지사회의 구현은 경제발전단계에 맞추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복지시책의 내용별로 우선 순위를 정해 단계적인 확산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는 국가의 장래와의 관련성, 약자의 보호, 공동체의 귀책사유의 정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과 장애자 및 노약자 보호 같은 문제가 사회복지의 최우선적 내용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또 기본생계를 위협하는 「인플레」하에서는 「인플레」를 자극하는 식의 복지시책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의 구축이 중요하다. 바로 안정기반의 구축이다.「인플레」는 성격상 역진성을 지니므로 근로자 등 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피해가 미친다. 「인플레」의, 수속 없이, 「인플레」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복지시책을 펴다 보면 자칫 서민의 피해로 서민의 복지를 추진하는 결과가 될 위험이 없지 않다.
명목만의 복지가 아닌 진정한 사회복지를 구현하려면 안정기조의 구축과 발전단계에 맞는 복지시책의 우선 순위가 반드시 정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어느 정도씩 사회복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분명히 제시하는 게 좋겠다.
국제문제로 눈을 돌리면 미·중공수교, 일·중공 우호조약 체결, 주한 미 지상군의 철수개시 등 한반도를 중심한 외교환경은 크게 유동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환경변화에의 능동적인 적응과 여유 있는 대처야말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미·중공의 적대관계는 한국전쟁에서 비롯되었었다. 따라서 지난 한 세대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을 지배하여 온 냉전구조는 미·중공의「적성관계」를 두 기둥 중 한 기둥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한 적성관계는 소·중공우호조약과 미·일 안보 조약에 의해 체계화되었었다.
미·중공의 수교와 일·중공우호조약체결은 적어도 이제 한반도를 매개로 구축되었던 냉전체제의 중요부분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 같은 한반도 주변정세의 큰 변동은 대외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대외관계를 조정해야 할 과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대미관계이고, 둘째는 남북한관계를 포함한 대 공산권 관계다.
북괴의 남침시 소·중공의 지원을 전제로 한 한미상호방위조약체제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미국 측에서 새로운 조정을 시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중공의 진의가 어떠하든 미·중공간의 「준 동맹 관계」형성은 중공의 한반도 긴장억제 역할에 대한 미국 측의 과신을 낳기 쉽다.
이러한 「무드」가 주한미지상군 철수 결정의 배경이기도 했지만, 미·중공의 밀착으로 더욱 가속화 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역할보다는 정치적 역할 쪽으로 그 기능을 한정하려 들지 모른다.
이러한 미국을 상대로 한미 군사동맹관계를 어떻게 유지·조정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 우리외교의 중요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의 배후세력인 미·일·중공이 협조체제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남북한 관계에선 냉전체제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북괴는 살인무장간첩을 파견하는 등 최근에도 우리의 후방을 교란하고 안보태세를 시험하고 있다.
동·서독관계에서는 양측의 화해가 당사자간의 대화뿐 아니라 서독과 배후세력인 소련간의 대화로 가능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도 북괴가 적화통일야욕을 포기 할 수밖에 없도록 경제 및 사회의 개발과 자주국방태세를 확고히 하는 노력과 아울러 북의 배후세력인 소·중공과 대화를 트는데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겠다.
그러한 과정에서는 미국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영역의 확대도 요구되는 것이다.
9대 대통령의 취임을 기해 단행된 대규모 은사조치는 대내외적으로 무척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를 청산하는 이러한 조치는 국민적 단합과 발전 「에너지」의 바탕이기도한 화기로운 사회 분위기의 조성에 기여한다.
이 모처럼의「이니셔티브」가 국민적인 호응으로 국내정치의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한다.
박 대통령의 9대 대통령취임을 경하하면서 새로운 6연의 시작이 이 나라 구석구석에 청신감과 활력을 몰고 올 전기가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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