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학>주목 끈 순수·참여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0초년 대의 한국 문학을 장려하고 80연대를 눈앞에 둔 한국문학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따져 보려는 문단의 움직임이 78년 한해 동안 꽤 부산하게 전개되었으나 뚜렷한 결실은 거둬지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되었다.
재기된 「이슈」가운데 가장 크게 부각한 것은 문학의 상업화 현상에 대한 시비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논쟁으로 변신한 이른바 「순수와 참여논쟁」이었다.
문학, 주로 소설의 상업화 현상에 대한 논란은 김우종 임헌영씨 등 평론가들이 70년대 문학을 반성하는 가운데 『일부 작가들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문학의 본질이나 순수성을 외면하고 대중의 기호나 오락성에 영합하고 있다』고 비판한데서 비롯되었다. 이 같은 비만에 대해 그 대상으로 지칭되는 이른바 70년대 작가들은 구체적인 반론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좋은 의미에서 문학의 대중화를 상업화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동리씨에 의해 제기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논쟁은 『오늘날 좋은 작품이라고 추켜 세워지는 작품들이 공리성·사회성을 지나치게 추구하여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발언은 특히 『그 까닭은 계간지를 둘러싸고 있는 일부 비평가들의 오도 때문』이라고 말하여 주목을 끌었는데 이에 대해 염무웅 구중회 임헌영씨 등은 『문학에 있어서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식의 흑백 논리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사상의 올가미』가 될 위험성을 경계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첫째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의 비평의 기능, 둘째 이른바 참여 문학을 진정한 문학행위로 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으로 집약되는데 비평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문인들이 공감의 견해를 나타냈고 참여 문학의 문제에 대해서는 『창조와 문학정신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 논쟁 자체에 대해서 평론가 홍기삼씨는 『핵심을 벗어난 감정적 공박은 곤란하다』고 말했으며 김주연씨는 『이론보다 말의 수식에 치우쳐 엇갈린 주장만 난무했다』고 평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백낙청씨의 평론집 『민족 문학과 세계 문학』을 둘러싼 창비 「그룹」과 김우창 이상섭 김치수씨의 『민족 문학이 지성적이냐 반지성적이냐』에 대한 이견도 순수 참여 논쟁의 한 변형으로 불 수 있는데 어쨌든 문학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입장과 현실 참여 정신을 추구하는 입장 사이의 견해차는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에는 시 약 2천 편, 소설 약 5백 편이 발표되어 77년과 비슷한 양적 수준을 보였으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할 만한 작품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조세희씨의 연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박영한씨의 전작 장면 『머나먼 쏭바강』이 이른바 상업성을 배제한 채 10만 부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올려 새로운 가능성을 계시했으며 황동규 정현종 등 중견과 감태준 신대철 장영수 등 신예 시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기할 만한 것은 정부가 어제까지의 월북작가 작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 문학사 연구분야에서는 작품의 취급과 거론을 완화키로 했다는 것이다. 【정규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