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종목 약세로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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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콕」의 하늘에 한국선수단이 목표했던 숫자만큼의 태극기가 울려졌다. 한국은 제8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북대결에 승리하고 주최국 태국을 물리쳐 종합3위 달성을 목표로 했었다.
이같은 한국선수단의 목표는 종반에 분발함으로써 금「메달」18개로 이루어졌다.
한국은 참가 17개 종목중「배드민턴」을 제외한 전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여자농구·여자「테니스」·남자배구·축구등 구기종목이 예상대로 선전했고 「사이클」·궁도·「펜싱」등 군소 종목에서까지 금「메달」을 획득, 한국 「스포츠」의 저력을과시했다.
이밖에 전통적으로 강한「레슬링」과 「복싱」에서의 금「메달」양산은 북한을 물리쳐 종합3위를 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국 「스포츠」의 이 같은 저변확대에 비해 북한이 역도·사격·체조·「복싱」·육상등 5개 종목에서만 「메달」을 얻었다는 것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북한의 전종목 출전선수들이 우수한 체력을 갖고있음은 주시할 일이다.
이것은 북한 「스포츠」가 「메달」획득만을 위주로 한 중점종목육성을 노렸고 이것은 기초체력에 바탕을 두고 기대했던 것 같다.
승산만을 노렸던 북한에 여자배구가 대회사상 두번째로 완승한것과 국토분단후 첫 대결한 남자농구에서의 승리는 금「메달」이상의 값진 성과였다.
북한의 격렬한 도전을 받은 이번 대회는 사격·체조·「다이빙」·탁구·남녀배구·「배드민턴」·「하키」·역도경량급·「레슬링」·「복싱」경량급에서 사실상 「올림픽」과 같은 세계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것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부분적이지만 세계정상의 무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심각한 문제점과 전환점을 모색해야할 절박한 현실에 봉착했다.
중공·북한이 마치 각 종목에서 전쟁같이 도전하고있고 이것이「스포츠」외교적인 면에서까지 크게 작용, 절박한 현실을 파악할 때이다.
또 남녀농구·남녀배구등 구기종목에서의 절실한 장신개발과 체조·육상·수영·역도등 기초종목에서의 열세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뒷받침되어야할 현실이다.
대한체육회의 연11억원 밖에 안되는 빈약한 예산으로 중공은 물론, 북한의 억척같은 도전을 물리친다는 것은 이제 한계점에 이르렀다.
한국이 그래도 빈약한 궁도·「펜싱」, 그리고 「벨로드롬」조차 없는 「사이클」에서까지 금 「메달」을 얻을수 있었던 것은 한국 「스포츠」의 저력이었지만 이제는 이 저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따라서 과감한 투자, 즉 정부에서의 혁신적인 지원과 육성이 없이는 82년 제9회 대회 (인도)에서의 결과는 명백해진다.
더구나 역도·축구등 각 종목에서의 국제회의도 북한이 조직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반면,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한심한 현실은 가슴아픈 일이었다.
중공·북한은 종목마다 경쟁국가들의 경기를 일일이 녹화, 「체크」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장래를 대비한 이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
기술 및 연구개발이 없는 자세로 어떤 보답을 기대한다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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