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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기술 없어 고민하는 중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자가 이름이 나쁘다고 마시길 꺼렸던 "도천의 물일망정 좋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마셔야 할 것"(인민일보 사설)이라는 비유로 중공은 자본주의 선진국으로부터「플랜트」와 자본 및 기술의 도입을 합리화하고 있다.
무역과 기술의 도입이 매국주의가 아니며 주권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공 지도자들의 현실 개안이 중공을 서기 2천년까지 선진 공업국가로 끌어올리기 위한 뒤늦은 몸부림임은 자명하다.
서방 세계를 휩쓰는 중공 특수「붐」을 일으킨 1조원 투자 계획은 그러나 중공뿐 아니라 서방 세계에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중공 기술 수준의 낙후성이 현대화 추진의 가장 큰 애로점이다. 단적으로 한 일본 과학자는 중공 각지의 산업 시찰 결과 나사를 처음부터 왼쪽으로 돌려 푸는 기술자들을 거의 못 봤다고 지적할 정도다.
두뇌 부족 현상은 4인조 시대의 심한 박해와 숙청의 결과로 중공이 선진 과학기술 수준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자타가 공인할 정도이니 1조 원을 투입해서 최신 설비를 갖춘다 해도 그것을 제대로 운영할지가 의문이다.
다음으로 1조원의 재원 조달 문제다. 중공이 아무리 땅이 넓고 안 나는 물자가 없을 만큼 자원이 풍부하다(지대물박)해도 중공의 연간 재정 규모로 보아서 무리라는 분석이 단번에 나온다.
85년까지 연간 1천6백30억 원씩 투자해야 되는데 최근의 연간 재정 규모는 9백80억 원이어서 일거에 1.7배나 재정 규모를 늘릴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4인조가 날뛰던 시절 국가 재정의 붕괴 직전"(당 주석 화국봉)이었다는 중공이 1.7 배증의 국가재정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 생산성도 그에 따라 높아져야 할 뿐 아니라 불환 지폐의 남발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재정「인플레」가 유발될 것은 틀림없다.「인플레」의 조장은 도시와 농촌간, 전문직과 노동자간의 소득 격차를 넓힐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감퇴시킬 것이며 물자 부족과 「인플레」가 만성적인 소비품의 부족 현상을 빚게 되어 민심의 혼란을 조장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선진 기술과 시설의 도입에 따른 외화 수요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있다. 석유 수출을 제외한다면 다른 수출량은 미미하고 외화 보유고가 23억「달러」밖에 안 되는 중공이 8년 간 도입할 기술과 시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원유를 20억t 수출해야 되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석탄은 저가여서 수출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음).
그런데 중공의 78년 추정 산유량은 1억t에 불과하고 수출량은 1천5백만t에 20여 억「달러」 정도. 매장량이 아무리 많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해도 석유 탐사에서 생산까지는 최소한 3∼5년이 걸린다. 또 중공 산 원유는 중질유의 저급품으로 일본 정유 업계조차 그의 수입을 반대하는 형편이다. 일본이 82년에 중공으로부터 수입하기로 된 4천만t의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새로 90억「달러」규모의 중질유 분해 시설을 건실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구는 지리적으로도 중공 원유를 소 화하기가 어려운 처지다.
따라서 중공은 예상되는 외화 수요를 메우기 위해 외국 차관 불가 론을 팽개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가공·보세 무역 제도와 합작 회사 설립 등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만 관계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절대로 개방하지 않던 복건성까지 관광 명소로 개조하고 북경 13능 근처에「골프」장도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홍콩」의 중공 계 신문 대 공보가 한국 경제발전을 이례적으로 찬양한 것도 중공의 개발「모델」방식에서 한국과 같은 대외 협력 방식을 원용해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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