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지지표 부진이 과제|신민당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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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당내 외의 우려를 깨고 61석을 확보, 9대 6년간의 침체를 벗어나 활기 있는 10대를 맞게 됐다.
비록 국회 소집 정족수인 3분의1 의석은 못됐으나 61석은 9대의 52석을 9석이나 상회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신민당의 실적이 평가받았다기보다 국민들이 정치 발전을 바라고 있음을 나타냈다고 보아야 하며 당내에서는 이런 국민들의 기대를 소 화하기 위해 당의 체질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신민당 혁신 론이 벌써부터 대두하고 있다.
8대도 그랬지만 야당은「힘」을 의식하면 할수록 「단일」지도 체제를 지향하는 게 생리다.
벌써부터 "문패는 하나를 달았지만 사실상은 6두 마차가 각방 딴 살림을 해와 스스로 힘을 위축시켰다"는「집단」비판론이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다.
김영삼씨, 고전문 최고위원도 평소「단일」을 주장했고 자 파에서 20명 가까운 당선자를 낸 이철승 대표도 이제는 집단에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신도환 최고위원이 「집단」고수론 자의 대표이지만 그밖에도 군소 계파가 집단을 지지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사무총장 원내총무 정책의장 등 당직 배분과 체제 선택의 문제가 연계될 때는 계파가 재편될 수도 있고 군소 계파라고 끝까지 「집단」을 고집일 이유가 없어진다.
신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한 오세응(김영삼 계), 박찬(견지동우회), 한병송(고흥문계), 김현규씨(신우회)등이 다시 입당하고 원외 위원장까지 합치면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현재의 개략적인 전당 대회 지지 세력판도는 이철승 계가 17명으로 단연 최강이다.
▲ 이철승 계=이철승 송원영 조세형 정대철 이택돈 오홍석 김준섭·엄영달 정재원 한영수 김원기 김윤덕 임종기 허경만 고재청 조규창 김동욱
▲ 김영삼 계=김영삼 이민우 박한상 김은하 황낙주 박용만 김동영 박권흠 박병효
▲ 고흥문 계=고흥문 김현기 채문식 이진연 이택희 유용근
▲ 신도환 계=신도환 김상진 이상신 신상우 김종기
▲ 김재광 계=김재광 노승환 조중연 박 일
▲ 화요회=한건수 박영연 천명기 최성석 김승목
▲ 견지동우회=유치송 유한열 김형광 황병우
▲ 기타=정해영 정운갑 이기택 박해충
이중 화요회는「보스」인 정헌주씨와 원로인 김원만씨의 낙선으로 세력의 구심을 잃은 셈이어서 이철승 계나 신도환 계와 사실상 분산 제휴할 가능성이 있고 견지동우회는 유치송 최고위원과 이민우씨 간에 세력 분점이 예상된다.
계파 세력과는 달리 30대=4명, 40대=26%명이나 되는 소장 세력의 귀추도 주목거리.
이들은 대체로 평소 8분 9열 된 당내 계파 압력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세력으로 임기 6년이 보장된 10대 초반을 하나의 당내 혁명 시점으로 계산하고 있는 측도 있다.
이택돈 조세형 정대철씨 등은 선거 과정서 이미 당 체질 개선에 앞장 설 것을 공약했고 신민당공천서 탈락한 오세응 한병채씨도 입당, 당을 개혁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이들의 단결 여부가 관심거리다.
이들은 ▲신민당 지도 노선 재평가 ▲내년에 형기가 만료되는 김대중씨 등 재야정치인과의 관계 ▲통일 당 등 재야통합 등의 문제 해결로 야당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소장 의원들은 80년대의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발맞추어 지식층·근로자 층에 뿌리를 박을 수 있고 시대에 부응한 새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발을 근대화하는 작업이 또 하나의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전당 대회가 주업이고 국회가 부업인 종래의 타성을 타파하고 국민 각계 각층으로 외연을 확대해 가야 한다" 는 혁신 론을 내놓고 있다.
신민당 지도층이 당내 소장 세력의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당내에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신민당은 이번 상당한 의석의 확보로 야당의 자세를 재정립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더욱이 새로 들어온 여당 거물과 친여 무소속 거물들의 체중을 의식하며 10대 원내 활동에 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당 체질 개선 론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내외의 도전을 수가 아닌 질로써 대결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명제로 보인다. 【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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