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핵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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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대소 핵 전략을 종래의 대량 보복 방식으로부터 유연 대응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한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미국의 대소 핵 공격의 목표를 「무차별적 전면 파괴」로부터 「선별적 군사 목표 파괴」로 바꾸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또한 대규모 전면 핵전쟁과 비효율적인 재래식 전쟁의 실속 없는 양자택일을 지양하여, 그 중간 형태인 한정 전술 핵전쟁의 가능성을 상정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이처럼 핵 군비에 있어서 『목표 「독트린」의 변경』을 검토하기에 이른 이유에는 대체로 두가지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전반적인 경비 절감의 중압에서 나온 핵 전력의 효율화 필요다.
군사 목표와 비군사 목표를 가리지 않는 지금까지의 대성 보복 방식은 막대한 비용을 돌게 하면서도 막상 핵전쟁이 났을 때엔 불필요한 도시 파괴와 민간인 살상을 대폭 수반하게끔 되어 있었다.
이것은 미국의 핵 전력이 압도적인 대소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대로 원천적인 전략적·심리적 억지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미소 양국의 전략 핵 전력이 기본적으로 대등하게 된다는 80년대 (지난 8월30일자 미 군비 관리·군축국 보고서)가 가까워 올수록, 그와 같은 대량 보복 방식의 절대적인 효율성은 더 이상 유지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부 미 전략 수립가들의 견해였다.
이에 미국으로서는 값비싼 핵무기의 불필요한 낭비 부분을 극소화시키기 위해, 공격할 가치가 있는 목표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게 해주는 방법, 즉 엄선된 군사 목표만을 향한 확증파괴 (assured destruction)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핵 공격에 있어서의 『목표「독트린」 변경』과 다양화를 검토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전술한 대량 보복 방식의 전면 핵전쟁과 재래식 전쟁의 비효율성 및 경직성을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때문이다.
「바르샤바」 동맹군이 가령 「나토」 지역을 공격해 들어 봤다고 가정할 때 이것을 가능하면 재래식 전쟁으로 퇴치해 버리고 싶어하는 것이 미국 측의 1차적인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단 확대 됐을 경우 재래식 전쟁만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가 없는 한계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때 미국이 만약 종래의 전면 핵전쟁으로 응수할 경우 그것은 또 너무 지나친 과잉 공격이 될 우려가 생겨난다. 쉽게 말해 재래식 전쟁은 너무 처지고 전면 핵전쟁은 너무 넘치는 셈이다.
때문에 미국으로선 불가불 그 중간의 전쟁 형태, 즉 한정된 전술 핵전쟁의 형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이로-믹스」 (high-low-mix) 방식이라 불리는 유연 대응 전략의 하나이며 중간적 한정 핵전쟁 개념의 골자인 것이다.
한정된 전술핵 전쟁과 그때 사용되는 무기는 소련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않고, 군사 목표에 대한 명중 정도가 높으며, 기동성·분산성이 높으면서도 과감 능력만은 십분 강하다는 점에서 매우 실리적이다.
이러한 전쟁 개념과 군비 체계는 소련파의 전면 핵전쟁을 회피, 또는 억지케 하면서도 동시에 각 지역에 있어서의 소련과 그 동맹국들의 재래식 공격이나 핵 공격에 신축 자재 하에 대응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새로이 인식되기에 이른 것 같다.
미국이 이 전략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천·완비하기까지는 물론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으로서는 SALT2 조약이 체결된 이후에 있어서의 미국의 대소 핵 전략을 이런 식으로 대폭 재조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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