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원리의 창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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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은 직접통제 방식이 주류를 이루던 그동안의 경제운용에 문젯점이 적지않이 개재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는 시장경제원리를 창달시켜 나갈 방침이라 한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질적인 다양화에 따른 여건의 변동에 맞추어 정책운용을 일보 더 세련시켜야 하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어차피 정책은 경제의 본질적인 동향에 부합되어야만 비로소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므로 대세상으로 그러한 정책전환은 불가피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총론으로서의 의미와 그것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시책으로서의 각론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겠느냐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가 보다 신중히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유의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원리를 창달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직접 통제하에서 축적된 문젯점들을 충분히 확인하는 일이 서둘러져야 한다. 병리를 분명히 확인하고 이를 조정키 위해서 정책운용방식을 바꾼다는 확신이 먼저 서야한다.
다음으로 시장원리의 창달을 위한 구체적인 「스케줄」이 작성되어야 한다. 원칙론이 옳다고 해서 일시에 방임하고 그 여파가 좋지 않다고 해서 곧 다시 통제방식으로 전환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 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지 않았음을 상기한다면 큰 테두리를 지키기 위한 단계적인 접근방식을 강구함으로써 흐름을 역전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착실한 전환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우리의 의견을 제시해 주고자 한다.
첫째, 독점 또는 복점기업의 경우에도 시장원리를 국내적으로는 창달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점상품이나 복점상품의 경우에는 수입과 경쟁시켜야만 비로소 가격기능이 발휘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경우 관세율을 경쟁조장적인 수준까지 조정한다는 전제가 있어야한다.
둘째, 과점적 경쟁상품의 경우에는 원리상으로 자유경쟁상품 보다 더욱 격렬한 경쟁관계가 성립월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경우 통제정책은 역설적이지만 보호정책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점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직접통제 보다는 경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정책은 충분히 기대하는 성과를 올릴 수가 있다.
셋째, 대량생산품목으로서 독점이나, 복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산업에 대해서는 통제를 해서 얻는 이득보다는 잃는 손실이 큰 것이다. 따라서 이들 분야에 대한 통제의 완화나 해제로 오는 일시적인 가격변동은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경쟁관계만 조장시켜 준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선진경제의 실례로 보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네째, 완전경쟁상품 중에서도 특히 농산물의 경우에는 통제가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바다. 경쟁관계하에 있지만 공급이 비탄력적인 농산물의 가격은 수입조정을 통한 물량조절을 적기에 해야만 비로소 실효성이 있는 것이다.
절대공급이 모자랄 때 이른바 『킹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을 가격통제로 막는다는 것은 연목구어격이다. 가격통제가 아니라 물량조절과 배급조정이라는 각도에서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장경제의 원리를 창달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조건의 구분작업이 앞장서야 하는 것이며 그에 따라서 현실적으로 안전한 것부터 통제를 풀어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가 지배하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다시 통제를 바꾸지 않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어차피 경제규모가 거대화하고 질적으로 다양화 되어가는 이상 정부가 모든 분야를 통제하려는 것은 비능률적인 것이 분명한 것이므로 경쟁관계를 창달시킨다는 기본방침은 꾸준히 지켜져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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