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 되는 이슬람법 '샤리아'? 그럼 한국은 '이해되는' 나라일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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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통치자 쉐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는 성폭행 피해를 입은 외국인 여성에 징역형이 선고됐던 사건에 대해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아부다비 형사법원에서 '돌로 쳐 죽이는'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피고는 인도네시아인 가정부, 죄목은 혼외정사다. 남편은 고국에 있고 홀로 아부다비에 와서 이마라티의 집에서 메이드로 일해온 여성이다.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갔는데 임신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간통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고 이슬람법에 따라 이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여인은 상대방 남성이 누구인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했다.
판사는 "(남편이 이 나라에 없는데) 임신했다는 것 자체가 유죄의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부다비에서 (돌로 쳐 죽이는) 형이 집행된 적은 없으며 당신은 항소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UAE 법은 '샤리아'라는 이슬람교의 법 체계를 따른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이유가 뭐건, 혼외정사를 가진 것 자체가 범죄다. 미혼 남녀가 동거하거나 호텔의 한 방에 머물면 고발당할 수 있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했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노르웨이 여성이 두바이에서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도리어 징역 1년4개월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힘쓰고 국제 사회가 관심갖자 선고 일 주일이 못되어 사면됐다. 사연은 '세상에 이런 일이' 식으로 한국에도 보도됐다.

두바이 통치자인 쉐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막툼은 올해 초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성폭행의) 피해자였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이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법이 바뀐 건 아니다. 어쨌든 혼외정사는 징역형이다.

이슬람법이 매번 '알라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는 식인 건 아니다. '통큰 사면'도 있다. 노엘 샨텔레라는 카메룬 여성은 2007년 대마초 반입 혐의로 두바이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감옥에서 코란을 전부 암송한 끝에 7년 만인 지난 3월 풀려났다. 재소자가 코란을 공부할 경우 감형해주는 두바이의 정책 덕택이다.

코란을 완전히 외워 석방된 카메룬 여성 노엘 샨텔레. 이슬람으로 개종했을 뿐 아니라 `모하메드 빈 파티마`로 이슬람식 개명까지 했다. [사진 7daysindubai]

아랍어도 모르던 여자가 알파벳부터 시작해 7만8000자가 넘는 코란을 한 자도 안 빼놓고 외웠고,석 달마다 치러지는 암송시험을 5전6기로 패스했다 한다. 아랍어를 배워본 이는 안다. 손가락 만한 망치로 벽 뚫는 '쇼생크 탈출' 이 차라리 쉽겠다는 것을. 여인의 사연이 알려지자 이걸 영화로 만들겠다는 아랍 연예인까지 나왔다. (그런데 대체 어떤 장르의 영화일지 상상이 안 된다. 지렁이같은 아랍어를 보며 정신분열증 걸릴 것같은 심리상태를 묘사한 '블랙스완' 류의 사이코 드라마? 어느 날 밤 천사가 나타나 성스러운 능력으로 코란을 대뇌 피질에 새겨주는 '십계' 류의 종교영화?)

이런 얘길 들으면 '거 참 되게 이상한 나라다' 싶겠지만.. 요즘 같아선 한국은 어떨까 싶다. 이역만리에서 전해 듣는 고국의 법원 발 소식은 심란하다가, 이젠 좀 낯설다.

울산, 칠곡 계모의 1심 형량-징역 각 15년, 10년-에 대한 논란 기사를 봤다. 형량보다도, 살인 의도가 인정 안 된 게 충격이었다. 울산 계모는 8세 아동을 한 시간 동안 갈비뼈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때렸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 아동학대죄 형량은 징역 5년 이하다. 때릴 데도 없는 한두 살 아기들에게 습관적으로 손찌검한 어린이집 원장은 대개 집행유예를 받는다. 하기야, 아동 성범죄 유죄판결을 받은 이의 절반은 감옥에 안 갔다고 한다(2011년 기준).

법에는 그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담겼다. 이를테면 한국 형법 250조에서 존속살해는 별도 항으로 더 엄히 다루지만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자식이 부모를 해하는 경우를 더 끔찍한 범죄로 본 거다. 자식의 도리를 중시하는 것이 법에 반영된, 이를테면 샤리아의 유교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헌데 '유교 샤리아'에서 '약자 보호'는 '인륜'만큼 중시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가 어린 약자였던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린 개구리이든가.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곧 세상 전부다. 어린이집 교사나 도우미 같은 매일 양육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나를 학대한다는 것은 온 세상이 나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 학대받아도 다시금 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해 굴욕스럽고, 매일 눈뜨면 그가 내 삶 속에 있어 공포이며, 이 모든 것을 호소할 데도 없어 무력하다. 지금 한국의 법원은 그것을 단지 전치 몇주짜리 진단서와 양형표만 놓고서 판결하는 듯하다. 전과가 없다, 반성한다, 고의는 아니었다 같은 어른의 입장을 참작하면서 말이다.

혼외정사를 엄하게 처벌하는 UAE의 판결에 대해 이 나라에서는 '우리 이슬람 고유의 가치 때문'이라고, 최소한 이유는 댈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 판결은 이것에 기반한 것'이라고 또렷이 내밀만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의 실체가 있는 걸까?

두돌도 안된 딸을 자주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해 징역 5년을 받은 부산 친모, 의붓딸을 학대해 1년반 감옥 갔다와서 그 딸을 다시 성폭행해 역시 5년형을 선고받은 울산 계부에 대한 기사를 얼마 전 봤다. UAE의 최근 판결은 이러하다. 4개월 된 아기를 나무 탁자에 부딪혀 죽게 한 가정부와 7세 초등생 여아를 학교에서 성폭행한 혐의의 청소부는 모두 사형 선고를 받았다.

중한 처벌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들의 피고가 모두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우리가 이상히 여기는 이 나라에선 한국이 '참 이상한 유교의 나라'로 비친대도 할 말이 없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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