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 마음가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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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위급 환자에게 헌혈용으로 사용되는 혈액은 한 방울 한 방울이 인명 소생의 근원적 요소가 된다.
그것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생사를 다투는 중환자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아무리 완벽한 수술 기재와 유능한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어도 헌혈할 피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생명은 영영 구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피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이다. 헌혈행위는 그만큼 아름답고 숭고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무상의 헌혈·무상의 혈액 급부」라는 국제적십자사의 방침에 따라 60년대부터 「사랑의 헌혈」 운동을 벌여왔으며 지난5월부터 서울에서는 매혈 행위가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피를 헌혈하는 사람들이 적을 뿐 아니라 그나마 헌혈자의 63%에 이르는 대다수가 10대의 어린 청소년들이라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헌혈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의학적 상식의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헌혈을 국민의 의무처럼 여기는 선진제국의 형편과 비교 할 때 부끄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혈을 하면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2달에 1회 정도의 채혈은 건강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 된지 오래다.
혈액 속의 적혈구는 80여일 마다 파괴되고 재생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고있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헌혈을 하는 것은 우리가 머리털을 자르고 손톱을 깎는 이치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 할 때 피를 뽑아 두는 것은 이웃을 위해서는 물론 자신이 위독한 경우에 찾아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 실천 돼야할 일인 것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1921년부터 헌혈 사업을 추진하여 이미 1백% 헌혈로 피를 쓰고 있으며, 「아프리카」흑인들까지도 최근에는 모두 헌혈로 피를 충당하고 있다.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군복무 중 군인들에게 2회 이상 의무적으로 헌혈을 하도록 하고 있는가 하면 「캐나다」와 일본에서는 성년식이나 입학·졸업·입사 등을 기념해서 헌혈하는 「캠페인」을 벌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우리도 혈액이 모자라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되고 연중행사처럼 「혈액파동」을 겪는 부끄러운 수준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가 헌혈 운동에 호응하고 기꺼이 참여하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비록 최근의 혈액 부정사건으로 충격이 컸다해도 그것 때문에 언제까지 헌혈 운동에 인색할 수는 없다.
혈액 부정사건은 철저히 단죄돼야 하고 그와 함께 절박한 혈액 부족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 되도록 중지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
기꺼이 바치는 한 방울의 헌혈이 누군가 죽음에 직면한 이웃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의로운 행위가 된다는 것을 상기하자. 이러한 마음가짐이 자신과 남을 위한 슬기로운 공동생활의 양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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